【서울=이코리아】18대 대통령 선거가 7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정책비전 발표 등을 계기로 주요 후보간 정책토론이 조속히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등 주요 후보들의 대선 공약 키워드가 경제민주화, 일자리, 복지, 남북화해 등으로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어서 유권자들이 주요 후보들의 직접적인 토론을 통해 차별성을 파악해내지 못하면 후보 선택 기준을 정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지난 7일 정책비전을 발표한 안 후보 측은 이같은 비전이 반영된 구체적인 정책을 다음달 10일쯤에나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러면 그때까지는 세 후보간 정책 비교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안 후보 측이 토론과 연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과제를 다음달 10일에 종합발표를 한다고 하면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발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정책선거하자고 해놓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정책경쟁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에는 행정수도 이전, 2007년에는 4대강 사업 등이 일찌감치 대선 이슈로 자리잡으며 열띤 토론이 벌어졌었다.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 진영 모두 '정책 선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 공약을 둘러싼 대결이 없다보니 선거전은 역사문제 논란과 측근 비리, 후보 개인에 대한 도덕성 검증 등에 초점이 맞춰지며 선거전 양상이 네거티브 공세로 흐르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책토론이 시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 등 야권 후보와의 사이에서 정책 차별성이 희석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에 재벌정책 등을 둘러싼 각론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지긴 하지만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 등 과거 선거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핵심 이슈들에 대해서는 서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등 대북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에서도 큰 차이점이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정책검증을 위해서는 비슷한 정책들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거전 초반 핵심 공약을 미리 제시하기 보다는 상대 진영을 견제하기 위해 본격적인 선거전에 대비해 대표 공약 발표를 미루는 분위기마저도 감지된다.

상대방이 본격적인 정책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발표했을 때 효과가 반감되고 나중에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빨리 후보를 확정 짓고 대선 채비를 서두른 새누리당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책 대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상대 진영이 후보 확정이 늦다보니 준비된 정책이나 콘텐츠가 없어 정책 대결 보다는 이미지 선거가 이뤄지고 있다"고 정책대결 지연의 책임을 주로 안 후보 측에 돌렸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 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한 핵심관계자는 "야당의 후보들이 뒤늦게 확정돼 정책 공약이 마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후보만 공약을 발표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본격적인 공약을 제시하면 우리도 그에 맞는 공약 대결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박 후보가 지난달 23일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그리고 20~40대 무주택자들을 위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 공약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정책 공약이지만 다른 이슈들에 묻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며 "그만큼 정책을 발표하는 시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한 후보 측 역시 "먼저 공약을 제시했는데 상대방이 우리 것 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들고 나오면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가장 먼저 후보를 확정 지은 새누리당에서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전 대선기획단 등에서 정책 공약을 준비해오긴 했지만 국민행복추진위원회가 최근에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등 대선전에 맞는 큰 공약들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통합당 문 후보의 경우, 꾸준히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공약 개발 작업은 최근에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자문기구가 꾸려지고, 대략적인 캠프 인선도 마쳤다"면서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정책 어젠다를 세팅해서 문 후보의 구상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진성준 문 후보 캠프 대변인은 "일자리 정책과 남북 경제 연합, 한반도 프로세스 등과 관련해선 이미 정책을 제시했다"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한 새로운 정책 등을 앞으로 제시하고, 무엇을 이슈화 시켜 나갈지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늦게 대선전에 뛰어 들어 정책 공약 준비가 미흡할 수 밖에 없는 안철수 후보 측은 7일 개괄적인 정책비전을 발표했지만 검증을 위해 구체적인 대선 공약 개발을 서두를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다른 후보와 맞춰 공약을 (발표할)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정책 공약을 발표할 것이기 때문에 언론과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 행보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후보들간의) 정책 비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토론과 관련, 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하는 주요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는 본 후보 등록 이후인 내달 26일 이후 3회 가량 실시된다. 그러나 언론사나 각종 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정책토론회는 언제라도 가능하다.

정책토론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도 각 후보 진영은 "토론 자리가 만들어지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책 토론회를 먼저 제안하는데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제안한) 3자 회동도 안 이뤄졌는데 토론회를 먼저 제안하고,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주요 대선후보간 3자 회동은 본격적인 정책토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전을 하지 말자는 선언의 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 대결을 지켜보고 향후 정부가 어떻게 운영될지 비교하면서 후보를 선택할 기회를 가져야 할 필요성이 이번 대선에서는 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 실제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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