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연말 대선의 전초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불과 8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각 상임위별로 주요 대선주자들에 대한 자질 검증 혹은 의혹 제기를 목적으로 한 증인과 참고인을 무더기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명의 주요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정무위는 이날 회의에서 박근혜 후보의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박 회장은 주가조작과 허위공시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무위의 야당 의원들은 박 회장에게 스마트 저축은행 투자를 위한 전환사채(BW) 발행 및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차익 등과 관련된 내용을 캐물을 계획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 변호사도 증인에 포함됐다. 정 변호사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함께 참여정부 시절인 2004~2007년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59억 원을 받고 사건을 수임받았고, 이는 청탁성 로비의 대가라는 의혹이 있다.

 정무위는 또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관련 인사들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안랩 전환사채(BW) 부당이득 관련' 증인으로 이홍선 전 나래이동통신 사장, '안랩주식공시의무 위반 관련' 증인으로 전 안랩 2대 주주인 원종효씨가 채택됐다.

 정무위에서 대선 후보들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출 것으로 보여 정무위 국감은 정부에 대한 감시·비판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보다는 정치공방의 장으로 흐를 가능성 커졌다.

 정무위에서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본인들과 박 후보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서향희씨 부부를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시도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증인 채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59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과 관련해 당시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 변호사였던 문 후보를, 안랩 주가조작 의혹을 풀기 위해 안 후보를 직접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이 있었던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박지만 회장과 서향희씨 부부는 삼화저축은행 구명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지난 26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MBC 김재철 사장과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MBC 파업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19대 국회 개원 합의사항으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열기로 했었다. 하지만 여야는 청문회 개최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야당 의원들은 환노위에서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 마찰을 빚어왔다.

 환노위는 국감에서 김재철 사장과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대상으로 MBC 파업 사태와 관련한 노동 관련법 위반, 단체협약 위반, 파업 중단 후 인사 불이익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여야간 이견으로 아직 증인 채택을 못하고 있는 상임위도 있다.

 지난 26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국감 증인 채택 여부로 진통이 있었다. 최 이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회의는 시작한지 50여분 만에 정회됐다.

 이에 교과위 야당 간사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은 "최 이사장과 (정수장학회를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빼앗긴) 고(故) 김지태 씨의 5남 김형철 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을 국감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하고자 했으나 새누리당이 끝내 반대했다"며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 간 밀착관계는 더더욱 의심을 살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교과위 여당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정수장학회와 관련해서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심도있는 조사가 이뤄진 바 있고, 최근 운영을 살펴봐야 한다는 야당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미 9월 초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과 관련해 특별한 내용이 없어서 공표할 게 없다는 취지로 발표했다"고 맞섰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 및 의혹 제기와 여야가 대립해온 문제와 관련된 증인 채택으로 인해 국감 진행 과정에서 파행이 초래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이밖에 정무위는 4대강 건설 공사 담합 의혹과 관련해 손문영 현대건설 전무, 한병하 삼성물산 전무,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도 증인에 채택됐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도 증인에 포함시켰다.

 환노위에서는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 등 45명을 국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리처드 새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소장, 황인철 1969년 KAL기 납북피해자 가족회 대표 등 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식경제위원회는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상생 협력 방안 모색과 관련해 이승한 홈플러스 대표, 최병렬 이마트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등을 포함해 모두 32명을 증인으로, 7명을 참고인으로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증인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제한 조례 위반과 관련해 프레스톤 드레퍼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이사도 포함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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