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용광로'와 '융합'을 키워드로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며 기존 정치와는 다른 통합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각자가 찍고 있는 방점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용광로와 융합은 어떻게 보면 같은 '녹인다'는 의미에서는 같은 말로 보이지만 문 후보의 용광로는 조직, 당내 화합, 당과 시민사회간 결합 등에 무게중심을 둔 통합을, 안 후보의 융합은 정책에 무게중심을 둔 통합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공히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20일 당내외 기획위원 6명을 인선해 대선기획단 구성을 완료하면서 "담쟁이기획단(대선기획단)은 단장 없이 수평적인 관계로 운영될 것이며 새로운 정치, 정권교체를 위해 기획단과 제가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대선기획단은 단장이 수직적 명령을 내리던 종전의 조직구조에서 탈피해 대선기획위원들이 수평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문 후보는 또 "(향후 꾸려질)선거대책위원회는 크게 3개 그룹으로 꾸리기로 정했으며 민주통합당이 중심이 되는 가칭 민주캠프, 화합형으로 용광로처럼 모든 것을 포함해가는 시민캠프, 아젠다 중심의 미래캠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지난 16일 후보수락연설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용광로'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경선과정에서도 불거졌던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계, 주류와 비주류의 당내 갈등을 불식시키고 후보를 중심으로한 강력한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또 민주당 후보로서 당과 자신을 도와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면 누구든 포용적인 자세로 받아들여 '문재인'이라는 거대한 용광로에 녹여 하나로 뭉쳐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는 조직 중심의 통합, 그 안에서 주류와 비주류, 계파의 우열이 없는 수평적 리더십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는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면서도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부각하고 있다.

 일례로 23일 첫 모임을 갖고 공식활동에 돌입한 안 후보의 정책네트워크 조직인 포럼 '내일'의 구성 상황을

보면 안철수측 융합이 조직의 융합보다는 정책의 융합에 중점이 두어진 것을 잘 드러난다.

 이날 모임에 연구과학혁신분야 토론자로 참석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모임 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문 후보와 안 후보로 부터 동시에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안철수 캠프로부터 '안철수와 친구들'이라는 지지모임에 들어줄 수 없냐는 청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며 "다른 형식으로 도움을 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했고 이런 일로 신문에 언급되는 게 불편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문재인 후보 측에서도 연락이 와서 같은 이유로 거절했다"며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인데 민주당의 요청은 안 후보 측 요청보다 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아서 시민정치에 대해 좀 더 끌린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정 교수는 안 후보의 캠프 조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전문가이자 정책멘토로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포럼 내일에서 활동하며 안 후보를 지원사격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정책 후원자로서 역할을 한정한 것이다.

 이날 안 후보 측은 포럼 내일에서 논의된 전문가와 국민들의 정책제안들을 다듬고 조율해 국민들에게 공약형태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정책들은 안 후보의 구상과 하나로 융합돼 결과물로 나올 예정이다.

 안 후보는 모임 시작 전 인사말에서 "정책네트워크 포럼 내일은 국민들의 의견을 함께 모아 수평적 형태로 정책을 반영하는 열린 모델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예전의 수직적인 갇힌 형태에서 탈피해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정책 네트워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 유민영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전국 각 지역에서 자발적 형태의 포럼이 생길 것이고 이 같은 모임은 수십, 수백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문 후보는 민주당에 소속되어 있는 만큼, 당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고, 안 후보는 어느 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통합'을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두 후보가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며 통합을 말하고 있지만 문 후보는 정책을 통한 통합에 앞서 해결해야할 조직통합에, 안 후보는 정책을 통한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문 후보는 탈 친노를 비롯해 당내외 인사들을 모두 안고 선거를 뛰어야 하는 만큼, 조직구성 부분에 통합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안 후보는 여타할 조직이 없으니 정책문제 해결에 모든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이분법적 시각이 인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문 후보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국민명령1호,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국민동행을 보면 그가 정책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다만 안 후보는 경선이라는 것을 거치지 않았고, 문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갈등봉합이라는 숙제를 하나 더 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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