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우리 경제가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에 휩싸이면서 4%대로 전망됐던 성장률이 최근 2% 중·후반대까지 하향조정됐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도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IMF는 거시·외환·금융 등 우리의 경제정책 전반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경제가 3.0%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21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30일에서 6월12일까지 우리나라를 방문, 조사할 당시 간략히 발표했던 수치보다 0.25%p 낮아진 수준이다.

하지만 IMF가 내놓은 수치는 최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기침체를 반영한 것이 아니어서 다음달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2%대의 더 낮은 전망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5~6월 당시보다 유럽의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져 우리나라의 대외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조사 당시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호 에 코(Hoe Ee Khor)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4월 전망치를 발표할 땐 올해 상반기가 한국 경제의 저점으로 예상했으나 대외 여건이 달라져 회복세가 (하반기가 아닌)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복세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큰 틀의 전망은 변함 없으나 조사 당시보다 현재의 대외 여건이 더 악화돼 추가로 0.25%p 하향 조정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IMF가 발표한 3.0%는 5~6월에 조사했던 자료를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내놓은 것"이라며 "(결과를) 8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부득이하게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의 경기 상황을 사실상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대외 여건 취약성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상태를 살펴보면 유럽의 상황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소 안정세를 보였던 1분기 우리 경제도 반등의 기미가 보였으나 최근 유럽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하자 우리도 안좋아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 역시 좋지 않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은 0.3%(전분기대비)에 그쳐 1분기(0.9%)보다 크게 후퇴했다.

무역수지도 6개월째 '불황형 수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보다 6.2% 줄어든 430억 달러, 수입은 9.7% 감소한 4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구조다.

내수의 경우 더 심각하다.

지난 7월 제조업의 생산, 매출 등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7을 기록, 전월에 비해 떨어졌고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심리지수 역시 90으로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앞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3분기(7~9월) 성장률이 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1~0.2%가 예상된다"며 "유럽과 중국의 상황이 더 악화되면 마이너스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에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수치에는 이 같은 암울한 상황이 여실 없이 드러난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민간 연구소보다 더 낮은 수준인 2.5%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KDI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국내 경기회복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내외 여건 악화에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2%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KDI 뿐 아니라 한국경제연구원, 해외 투자은행(IB) 등 국내외 기관이 잇따라 2%대를 발표했고 투자은행인 BOA메릴린치는 1%대의 암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IMF 역시 2%대의 성장률 하향조정을 예고했다. 호 에 코 부국장은 지난 4일 서울서 열린 한 컨펀런스에서 "IMF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3%나 그 아래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어 "3%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더 크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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