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편강한의원(대표원장 서효석) 본점. (사진=편강한의원 페이스북 캡처)
【서울=이코리아】박소라 기자 =  편강한의원(대표원장 서효석)이 폐를 맑게 하는 한방생약 '편강탕'으로 아토피ㆍ천식ㆍ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복용한 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일 편강한의원 공식홈페이지에서 치료 후기를 살펴 보면 편강탕 효과를 얻었다는 환자들의 경험담 외에도 '돈벌이에 눈먼 한의원', '약팔이 병원', '사람 몸 가지고 장난하는 겁니까' 등 불만 섞인 제목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피부질환으로 편강한의원을 찾았다는 이 환자들은 "편강탕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병세가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세가 악화된 뒤 이들이 받은 진단은 '명현 현상'이었다.

명현(瞑眩)이란 한약 등을 복용한 환자가 치유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일시적으로 증상이 격화되거나 다른 증세가 나타난 뒤 나아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치유과정의 기전(機轉)으로 인한 현상인지, 오치(誤治)에 의한 악화 혹은 부작용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신중한 감별이 필요하다.

아토피 환자 A씨는 총 5개월간 편강탕을 처방받아 복용해왔지만, 증상이 악화돼 "사기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른손 피부가 붉어지고 왼손은 피부가 갈라지는 아토피 증상으로 지난해 11월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편강한의원을 방문한 A씨는 3개월간 편강탕을 복용한 뒤 아토피 증상이 더 심해져 한 달 쉬고 2개월 치를 추가로 처방받았다.

A씨는 "서효석 원장의 진단은 5분도 안 걸렸고, 이후 증상이 악화돼 두 번째 내원했을 때 명현 현상이니 약을 더 먹으면 낫는다고 했다"면서 "총 5개월간 편강탕을 먹었지만,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아토피 증상이 더욱 심해져 주위에서 화상 입었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환자는 서효석 원장이 진단한 '명현 현상'을 견디지 못해 다른 B한의원으로 옮겨 한 달간 치료를 받아 병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B한의원은 학습장애, 식이장애, 우울증 등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다.

A씨는 "B한의원은 2주 치 약을 처방해 경과를 지켜본 뒤 약제를 변경하고, 침과 연고로 치료하는 등 추적관찰을 했다"며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엄청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편강한의원은 질환에 맞춰 약을 처방해주는 게 아니라 동일하게 편강탕을 처방하고 있다"면서 "비전문 한의원에서 한 달 만에 나았는데 5개월째 악화만 되는 아토피를 명현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건 병을 인질 삼아 돈벌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한의원은 편강한의원과 달리 A씨의 증상을 '명현 현상'이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과민반응'으로 판단해 치료를 진행했다.

B한의원 원장은 "폐를 맑게 하는 것은 아토피 치료의 한 방법이긴 하지만, 스트레스로 몸이 예민해져 심박 수가 올라가 있던 A씨의 증세를 없애는 데는 부적합했다"며 "증상도 계속 악화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명현 현상의 사례로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처방된 한약을 복용한 뒤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환자 대다수를 상담해온 편강한의원 법무팀 담당자는 "아토피의 경우 일시적으로 피부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 기존보다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많다"며 "최초 증상일 때 6개월 정도 치료받아야 하고, 이전에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한 적 있으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접수하면 사전상담을 통해 과거 병력, 치료경력 등을 확인하고 통상적인 약 복용 기간, 명현 반응 가능성 등을 알린다"며 "이후 진료와 약 처방을 환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어 강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환자의 증상과 진료과정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서효석 원장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 관계자는 "바쁜 진료일정으로 인터뷰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편강한의원은 공식적인 언론과의 대응은 내부 방침에 따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편강한의원은 서효석 대표원장이 40여년간 연구한 '편강탕'으로 폐가 튼튼해지면 편도나 호흡기 관련 기관들도 치유돼 피부 질환인 아토피, 호흡기 질환인 천식과 비염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강탕 복용 후 효과 유무는 환자에 따라 나뉘고 있다.

한의계와 의료계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질환마다 병변이 달라 모든 환자에게 특정한 약을 처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알레르기에 대한 자가항체 반응으로 나타나는 아토피ㆍ천식ㆍ비염이 폐 기능 향상으로 고쳐진다는 것에 대해 의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폐를 맑게 하는 원리가 무엇이고, 폐에 먼지가 들어왔을 때 청소해주는 세포나 조직의 역할은 어떤지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편강탕이 이런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며 "신뢰할 수 없는 말에 현혹돼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각각 충남대학교와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편강탕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동물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편강한의원 측은 "약효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편강한의원 법무팀 담당자는 "편강탕에 들어가는 10여 가지 약제 중 핵심적인 4가지에 대한 각각의 약효가 증명돼 관련 논문이 SCI급 학술지에 나왔다"면서도 "복합제제로서는 편강탕이 어느 부분에서 어떤 효과가 나오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SCI급 학술지에 논문 게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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