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시작일이 21일로 정해졌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카드단말기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시작일이 21일로 정해졌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카드단말기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간편결제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페이가 몰고 올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플과 현대카드는 오는 21일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양사는 이달 초부터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호환 단말기 보급 등의 문제로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 도입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급성장 중인 간편결제 시장의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실적은 2317만건, 7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10.7%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간편결제 시장은 매 반기마다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간편결제 시장은 금융사나 모바일 기기 제조사가 아닌 빅테크 중심으로 구도가 형성돼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전자금융업자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3642억원으로 전체 이용금액의 50.4%를 차지했다. 은행·카드사 등 금융사 비중은 26.1%(1887억원)이었으며, 삼성페이 등 휴대폰 제조사는 23.5%(1703억원)를 차지했다. 

하지만 애플페이 출시에 따른 간편결제 시장의 판도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저조한 아이폰 보급률과 빅테크의 간편결제 시장 선점 효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전분기(21%) 대비 7%포인트 하락한 13%로 삼성전자(84%)와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이 흥행에 성공한 데다, LG전자의 고객들이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로 이동하면서 격차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애플로서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영역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떨어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약 20%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기존 아이폰 유저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결제 간편성의 이유로 OS 교체를 주저했던 갤럭시 유저를 흡수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애플은 결제 편의성, 이용자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인터넷 기업은 커머스 등 사업 확장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애플페이가 넘어서기에는 네이버·카카오 두 빅테크가 쌓아올린 장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전체 이용금액은 약 132조원으로 이 가운데 카카오·네이버페이가 각각 56조원, 23조원을 차지한다. 카카오·네이버 두 기업이 전체 간편결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이 익숙한 서비스 대신 애플페이를 선택할 유인은 크지 않다. 

김 연구원은 “간편결제시장의 시장 선점효과는 크다. 갤럭시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80%이지만, 삼성페이의 간편결제시장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며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온 뒤에야 비로소 인터넷 플랫폼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용자 이탈률이 낮다. 서비스 질에 있어서 편차가 적기 때문”이라며 “중국과 일본에서도 애플페이의 성과는 비교적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와 금융사들도 애플페이 국내 출시에 앞서 대비에 나서고 있다. 애플페이의 핵심 경쟁 상대인 삼성페이의 경우 지난달 네이버와 간편결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카카오페이와 간편결제 서비스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 양대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애플페이 견제에 나서겠다는 것. 신한·KB·롯데·하나·BC·NH농협 등 6개 카드사도 지난해 12월 공동 간편결제 서비스 ‘오픈페이’를 출시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김 연구원은 “(애플페이와 인터넷 업체 간) 마케팅 방식의 차이가 존재하며, 서비스 편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탈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페이는) 기존 결제 사업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이탈할 적극적인 동기가 없는 한 기존 서비스를 주력 서비스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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