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명까지 떨어진 가운데 대통령실이 이르면 다음 달 저출생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존 백화점식 대책에서 벗어나 효과가 있는 것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할 계획"이라며 "국민 관심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포괄적 대책을 앞당겨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육아 재택근무 보장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의 등·하원 시간이나 육아 환경을 고려한 '오전 재택근무' 등 다양한 재택근무 활성화 제도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선후보 당시 '4대 국민공약'을 발표하면서 직장 내 재택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공약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부모 육아 재택 보장'은 근로자들이 일정 기간 내 육아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하고, 이를 허용한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육아휴직 제도에서 육아재택 제도로 선택지를 제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후보 당시 "육아재택이라고 이름이 붙였지만 비대면 문화로 가고 있어 좋은 아이디어 같다"며 "육아 문제를 떠나 재택근무를 활성화해 나가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280여조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생아 수 감소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부모급여,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 단기적 대책을 내놨지만 중장기적 해결책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다수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절대적 규범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계도하기보다는,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실질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는 근로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유연근무제 시행으로 업무 생산성 및 일과 삶의 균형의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8월 임금근로자 723명을 대상으로 '유연근로시간제 활용현황 및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연근로시간제를 활용하고 있는 임금근로자 10명 중 8명(73.3%)은 유연근로시간제 시행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는 근로자 10명 중 7명(74.3%)은 유연근무제의 시행이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개선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응답한 근로자 비중(4.8%)의 15.5배에 달했다.

실제로 자녀돌봄, 가사노동 등으로 일과 가정생활 간의 갈등 상황에 놓인 기혼자들의 유연근무제 활용률이 미혼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전체 유연근무제 활용 근로자 가운데 기혼자의 비중은 67.0%로, 미혼자(33.0%)보다 2배 높은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위해 선진국들은 유연근무제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을까?

전북교육포털의 '유연근무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는 선진국 중 영국과 네덜란드의 유연 근무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일·가정의 양립을 위해 입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과 아울러 유연근무(원격근무 포함)가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OECD 국가 중 일·가정 양립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전체 사업체 중 59%(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직원의 91%가 운영)가 원격 근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스마트워크센터가 신도시 알미르에 2008년 설립된 이후 암스테르담 주변에 100개의 스마트워크센터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스마트워크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독일과 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유연근무 및 스마트워크센터 활성화 가능 이유로 우선 신뢰와 성과 중심의 직장 문화를 꼽았다. 또 IC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오피스 구축을 중요하게 봤다. 

워라밸을 위해 영국은 지난 2012년 영국기업의 유연근무제 시행률이 이미 88%에 다다랐고, 2016년 '일과 가족법'으로 육아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육아 분담을 위한 남성의 출산 휴가도 최대 4주까지 확대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17년 기준 OECD 기준 워라밸 지수 1위로, 주당 근무시간 30.3 시간, 전체 노동자의 0.5%만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만 15세 이상 64세 미만 네덜란드 여성 중 70%가 직장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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