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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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초등학교 5학년 아동이 계모와 친부에 의해 학대·사망한 일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라는 중첩 발생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아동이 이혼한 친모에게서 자랄 수 있었다면 학대로 인한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황이 나오면서 가정폭력 피해 부모와 그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입법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가정폭력의 발생은 아동학대 발생을 예견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요인이다. 이에 국회는 2021년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가정폭력에 아동을 노출시키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의 한 형태로 규정하였다. 실제 2019년 가정폭력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신체적, 정서적 폭력 및 방임 가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8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아동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폭력 및 방임 가해 경험을 조사한 결과, 양육자에 의한 아동폭력 가해율은 27.6%이며, 폭력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 24.0%, 신체적 폭력 11.3%, 방임 2.0% 순으로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가정폭력이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2021년 제12회 한국아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손수민 아동복지학과 박사의 「영·유아기 가정폭력 노출과 아동기 학교폭력 피해의 관계 : 아동기 내재화 문제로 인한 공격행동의 종단적 매개효과」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영유아기 가정폭력에서 찾았다. 논문은 “연구 결과 영·유아기때 가정폭력 노출로 인한 내재화 문제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학교폭력 피해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었다”고 말하며, 영유아기 가정폭력 노출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혔다.

결국, 가정폭력에 의한 아동학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격리되어 피해자와 그 자녀가 더 이상의 폭력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에 가정폭력으로 이혼 시,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양육권 및 자녀면접교섭권 부여에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례로 앞선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친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정폭력으로 여러 차례 경찰신고를 했고,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도 있음을 밝혔으나, 그러한 사실들이 자녀 양육권 확보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라면 가정폭력 전력이 있던 친부와 아동이 살게 될 확률은 희박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자녀 양육권 및 면접교섭권을 결정하는 데 있어 부모의 가정폭력 전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범죄를 아동이 목격하는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사유로 처벌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가해자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주정부별로 제재 방법이 다양하다.  

알래스카주에서는 피해자의 거주지, 가해자의 거주지 또는 가정폭력 범죄가 발생한 거주지에서 16세 미만의 아동이 보거나 듣는 가운데 가정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이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가정폭력 등의 범죄를 저지르거나 시도한 자가 미성년자의 가구구성원,친부모, 입양부모, 의붓부모, 가정위탁부모로서 미성년자의 면전에서 해당 범죄가 발생하거나 목격되었을 경우 형벌을 부과함에 있어 반드시 가중요인으로 참작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16세 미만 아동의 면전에서 가정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가 아동의 가족 또는 가구구성원일 경우 최종 형량의 1.5배를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여성지원단체(Women’s Aid)는 2004년 ‘법원의 신중하지 못한 자녀면접권 결정으로 인해 29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는 자녀면접권을 결정하는데 있어 아동의 안전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영국의 고등법원의 가사부(Family Division)는 2009년에 ‘안전, 그리고 아동에게 이로운 면접이 옳다’는 방향으로 실행지침을 개정하였으며, 가사절차규칙으로 통합되었다. 법원 및 관련 종사자들은 가정폭력이 관여된  가사재판의 자녀면접 교섭 결정 시 가사절차규칙 실행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도 2020년 시행된 캐나다의「이혼법(Divorce Act)」으로 인해 양육권 관련 사항을 결정할 시, 법원은 반드시 가정폭력(family violence) 상황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 법원은 자녀면접교섭 명령을 부과할 시, 다른 무엇보다 모든 형태의 가정폭력, 그리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률에 가정폭력에 연관된 자가 아동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함을 명시해 놓았으며, 점검 항목에는 ‘아동에게 폭력적인지’, ‘전 배우자 등을 공격하기 위해 아동을 수단으로 이용하는지’, ‘아동에게 공포심을 초래해왔는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허민숙 조사관은 ‘가정폭력 목격 아동 보호 입법 과제: 인천 남동구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반추와 각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사소송법」 상 자녀의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권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정폭력’을 주요 참고 요인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가정폭력 피해 아동의 안전 확보에도 입법의 공백이 있다.”라고 지적한다.

또한 허 조사관은 “가정폭력 가해 전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 양육권 및 자녀면접교섭권을 제한하거나 법원이 특별히 모니터링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동을 가정폭력에 노출시키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 행위로 처벌하겠다는 규정을 신설한 이상, 가정폭력 피해부모가 이러한 법을 활용하여 가정폭력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할 수 있도록 입법의 완결성을 기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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