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출처=EU 집행위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출처=EU 집행위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코리아]유럽연합(EU)이 ‘100% 재활용’ ‘탄소중립 친환경 제품’ 같은 광고나 홍보성 문구를 함부로 쓸 수 없도록 제재를 추진한다. 

EU 정책전문 매체인 유로액티브(EURACTIV)는 지난 2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기업의 근거 없는 제품 친환경 표시를 통한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 방지를 위한 '친환경 표시지침을 조만간 제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U의 이번 친환경 지침 법안 수립 배경은 유럽에 만연한 친환경 제품 그린워싱 때문이다. 유로액티브가 입수한 새 법안 초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그린' '에코' '친환경' 등 제품에 대해 제기된 환경 주장의 거의 절반(40%)이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간 수조 달러가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투자로 흘러들었지만, 그린워싱에 대한 제재는 거의 없었다.

EU 집행위는 초안 법 전문에서 "소비자들은 제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고 그린워싱이나 친환경 라벨의 투명성과 신뢰성 부족과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업 관행에 직면하고 있다"고 썼다.

집행위는 지난 2019년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 전 분야를 전환하기 위한 정책패키지인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언급하면서 "'녹색 주장'을 하는 기업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 방법론과 대조해 이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를 위반할 경우 허위 광고를 통한 제품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 회수, 잠재적 환경 피해에 대한 고려 등이 페널티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U집행위는 앞서 2020년부터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이니셔티브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환경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부족해 여러 차례 연기됐다. 

현재 EU에서 사용되는 200개 이상의 활성 에코라벨이 있으며, 각각의 에코라벨은 서로 다른 측정과 방법론에 의존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기업들이 환경적 주장을 입증하도록 강제하는 제안을 오는 3월 30일에 상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EU의 그린워싱 규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표준연합(Environmental Coalition on Standards)의 사업 책임자 마르고 르 갈루는 “EU의 그린워싱 방지 이니셔티브는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한다”며 “명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을 시, 친환경 광고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크나큰 승리”라고 말했다. 

다만 운동가들은 친환경 문구 입증을 위한 제품환경영향평가가 통합점수를 활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기업들이 법을 어기지 못하도록 회원국들이 높은 수준의 벌칙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U의 제품환경영향평가는 기후변화, 물 관리, 토지사용 등 총 16개 항목으로 구성되며, 모든 항목을 통합해 점수를 매기고 이를 통해 그린워싱 여부를 평가한다. 이에 제품의 부정적 환경영향을 숨길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르갈루는 "벌칙이 효과가 있다. 네덜란드 당국은 환경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데카슬론과 H&M을 모두 제재했으며, 제재를 받은 국가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도 접근 방식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정부에 환경 기준에 따라 광고를 규제하라는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프랑스는 유럽에서 화석연료 광고를 금지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환경단체들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제기한 환경 보호 주장에 항의하기 위해 유럽 전역의 광고판을 해킹함으로써 압력을 강화했다.

한편, 유럽 산업계는 해당 이니셔티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유럽의 기업협회인 비즈니스 유럽(Business Europe)은 "이미 여러 환경법안과 불공정 상거래법 등을 통해 제품 환경 규제를 받고 있는데, 새로운 법안을 보태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행정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지나친 규제는 EU 기업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킬뿐”이라고 우려했다.

펀드 업계 단체들은 유럽연합 규제 당국이 그린워싱을 법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유럽 기금 및 자산 관리 협회(EFAMA)는 "유럽 연합이 기존 규칙과 도구를 사용해 그린워싱을 퇴치해야 하며, 이미 마련된 규칙에서 분리된 새로운 정의를 도입하여 복잡성을 증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FAMA는 또한 업계가 자산 관리자가 통제할 수 없는 기업 및 ESG 평가 회사의 데이터를 포함한 타사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니베 아라켈리잔 EFAMA 규제정책보좌관은 "현재 규제 불확실성의 정도와 진행 중인 진화를 고려할 때 그린워싱이라는 용어를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그린워싱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고 이러한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조화로운 감독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요 규제 기관들은 지금까지 그린워싱을 법률로 정의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점점 더 기존의 권한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기업공개와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그린 워싱 관련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영국의 금융 감시 기관은 지난 10월 모든 기업에 대해 반 그린워싱 규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BNY 멜론을 포함한 몇몇 회사들이 그린워싱 관련,투자자들을 오도한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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