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자,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패스’한 것은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이 ‘불통의 벽’을 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신년사를 발표했다. 기자들이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는 신년 기자회견은 생략하고 이를 신년사 발표로 대체한 셈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정치·경제·외교 현안과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아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전했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을 이전하며 국민과 소통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불통의 벽을 쌓고 있다”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신년 기자회견을 패스한 유일한 대통령이 되겠다니, 신년 담화문을 읽고 끝내던 군사정권 시대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근부대변인은 “신년 기자회견은 정부의 한해 국정 운영 목표와 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이며, 대통령의 주요 책무 중 하나”라며 “신년기자회견을 피하겠다니, 나홀로나 내마음대로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당선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회피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전두환 군사 정권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당선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회피한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처음 열린 것은 지난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다. 박 전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연두교서를 발표하던 기존 관행과 달리 1968년 처음 ‘연두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다만 당시에는 사전에 준비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각본 회견’으로 진행됐다. 처음 열린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 농공 병진 정책, 당 및 정부 기구 개편 구상 등의 질문이 나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시작한 ‘연두 기자회견’을 없애고 이를 ‘새해 국정연설’로 대체했다.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9년 1월 17일 ‘연두 기자회견’을 다시 열면서, 취임 후 처음 맞이하는 새해에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역대 대통령들의 오랜 관행이 됐다.

실제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1월 1일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취임 후 첫 새해인 1994년 1월 6일에도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김 전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는 이전과는 달리 각본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해 자유로운 질문이 오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임기 중 150차례 이상 기자회견을 열며 소통을 강조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당선 직후, 취임 이듬해 각각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1998년 1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시도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극복을 주제로 한 첫 ‘국민과의 대화’는 무려 53.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후인 1999년 2월에도 ‘국민과의 대화’를 비롯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며 소통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 또한 당선자 신분이던 2003년 1월 1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 감축설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새해인 2004년 1월 14일에도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에만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생략하고 신년 국정연설로 대체했다. 이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패스한 셈이다. 다만 19대 대선 이전에는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이듬해 2월에 취임식을 진행했기 때문에, 첫 신년 기자회견은 당선인 신분으로 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없앤 신년 기자회견을 부활시켜 취임 이듬해인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진행했다. 다만, 기자회견이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됐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으며, 2017년 1월 1일에는 대통령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해명에 나서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이 2017년 3월, 취임은 당해 5월이었던 만큼 당선인 신분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열 기회가 없었다. 다만 취임 후 첫 새해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만 2022년에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년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박수현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신년기자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국민을 대신해 질문해주시는 언론이 여러분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여의치 않게 된 점이 매우 아쉽다”고 설명했다. 

[검증결과] 대체로 사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취임한 대통령이 첫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은 경우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둘 뿐이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선거 직후인 2008년 1월 14일 당선인 신분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선 확정 후 신년 기자회견과 취임 이듬해 신년 기자회견을 모두 건너뛴 경우는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 

다만 과거에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1월 중순이나 2월에 뒤늦게 열린 경우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계획을 변경해 기자회견을 열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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