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연말 대통령선거가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앞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들고 있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측에 대한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불출마 협박 전화' 의혹의 진위가 채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판결은 두 가지" 발언을 계기로 박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이 재점화되는 등 악재(惡材)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당내에선 박 후보가 일찌감치 대선화두로 선점한 경제민주화의 추진 방향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어 "'야권 후보가 정해지기 전에 단일대오로서 일사불란하게 선거전을 준비하겠다'던 당의 선거 전략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에 박 후보 측은 여론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그 어느 것 하나 해법이 녹록치 않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朴, '인혁당 발언'으로 역사인식 논란 재점화… '불통' 시비까지

 박 후보는 당초 12일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사전 고지 없이 돌연 불참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비공개 일정이 생겨 회의 참석이 어렵게 됐다"고 전했지만, 당 주변에선 "'인혁당 사건' 발언 논란 등으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데 대해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유가족 등은 이날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 후보 발언을 규탄하는 회견을 가졌고, 민주통합당에선 전날에 이어 "인혁당 사건에 대한 새누리당 박 후보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있어야 국민이 평가할 수 있다"(이해찬 대표), "박 후보는 결국 고문으로 조작한 이 사건을 '인정 못하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유인태 의원) 등 박 후보를 겨냥한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인혁당 사건과 관련한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며 "(박 후보의) 역사 관련 발언이 미흡하다는 여론도 경청하고 있다"고 박 후보를 대신해 사실상 대국민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오히려 또 다른 시비를 낳고 말았다.

 홍 대변인이 브리핑을 한 시각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참석 중이던 박 후보가 "홍 대변인과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홍 대변인은 자신의 '사과' 브리핑 내용과 관련, 기자들에게 "박 후보도 알고 있다"고 했지만, 이날 박 후보를 수행한 이상일 공동 대변인은 "홍 대변인 개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박 후보와는 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며 정반대의 설명을 내놨다.

 그러자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홍 대변인이 어제(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후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보고하는 걸 봤다. 개인 생각을 그렇게 발표할 리가 없다"고 홍 대변인을 두둔했으나, 결과적으로 박 후보에 대한 당내 '불통' 시비를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안대희 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뉴스1 기자와 만나 "(지난 정부 당시) 진실화해과거사위나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역사적 화해 차원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켰고, 그에 따라 법원에서 (무죄라는) 재심(再審) 판결을 내렸다. 또 박 후보도 피해자들에게 '죄송스럽다'는 위로를 전한 바 있다"면서 "이 문제를 다시 쟁점화하는 건 좀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위원장은 특히 "박 후보도 아버지에 관한 문제라서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런 걸 '다 인정한다'고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전날 오후 기자들에게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존중한다. 또 법적으로 그렇게 된 건 나도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내엔 "이달 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번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향후 대선정국 내내 박 후보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종인 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박 후보가 과거를 극복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준길 '협박 전화' 의혹,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져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 전화 의혹에 대한 진위 논란도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털고 가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새누리당은 이번 전화 논란이 정 전 위원 개인의 '돌출 행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그의 사의 표시를 즉각 수용하는 등 대처에 나서는 동시에 "안 원장 측이 친구 간 사적 통화 내용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역공을 취함으로써 일단 "그 파장이 일방적으로 흐를 가능성은 차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안 원장 측에 의해 해당 의혹이 제기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정 전 위원과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의 통화 사실을 박 후보 측의 '협박'으로 받아들인다는 여론과 안 원장 측의 '과장'이라는 평가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 전 위원과 금 변호사의 통화 당일 정 전 위원을 태웠다는 택시기사 이모씨가 "'협박조'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이 사안은 양측의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져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당에선 일단 "정 전 위원 문제는 본인이 해결할 일"이라며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정 전 위원의 '미덥지 않은' 처신에 대한 불만 또한 적지 않다.

 실제 정 전 위원은 지난 6일엔 "택시가 아니라 자가용를 운전하면서 금 변호사와 통화했다"고 주장했었으나, 이날 당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꼬여서 착각한 것 같은데 (금 변호사와 통화한 4일 아침에) 택시를 탄 것 같기도 하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민주화 갈등, 朴만 바라보며 "조만간 정리된다" 되풀이

 경제민주화의 개념과 추진방향을 둘러싼 당내 노선 정리도 새누리당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은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종인 위원장 간의 설전(舌戰)으로 얼룩진 경제민주화 관련 당내 갈등에 대해선 다른 사안과 달리 상대적으로 '해법 찾기'가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후보가 직접 '경제민주화에 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박 후보 스스로 수습에 나설 것"이란 게 당 관계자들의 기대다.

 이에 대해 정책위 고위 관계자도 "언론엔 이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이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지나친 주장을 내놓은 것도 아니지 않냐"며 "논쟁의 초점이 재벌개혁 쪽에 맞춰져서 그렇지, 궁극적으론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투자 등 대기업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통해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데 박 후보의 뜻에 이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경제민주화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경우 상대적으로 박 후보의 '가이드라인'보다 더 급진적인 내용의 입법안을 추진 중이어서 추후 당론화 과정에서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당내 경제민주화 논란에 대해 '조율할 수 있다'고 한 건 결국 '자기 뜻대로 정리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며 "다른 의원들이 이를 얼마나 따라줄 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더불어 "경제민주화 논란은 어떻게든 일단락 짓더라도 다른 정치적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추석 민심을 끌어안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이래 저래 부담만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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