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방음벽 앞에 서있는 김윤전 팀장 = 이코리아
투명방음벽 앞에 서있는 김윤전 팀장 = 이코리아

[이코리아] 새들은 투명한 유리창을 볼 수 없다. 비행을 위해 얇고 속이 비어있는 뼈를 지닌 새들은 충격에 취약해 비행 중 유리창에 충돌하면 대부분 내출혈이나 타박상으로 죽게 된다. 건물의 유리창 사용과 도로의 투명 방음벽이 늘어날수록 새들이 충돌할 확률도 늘어난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 충돌로 사망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나선 대학생들이 있다. 이화여대의 동아리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은 2019년부터 건물과 충돌해 목숨을 잃은 조류들을 촬영하고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교내에서 유리창과 충돌한 새들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며 사례를 수집하고,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건물에 저감조치를 하도록 학교에 요청한다. 또 시민제안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 청원을 올려 서울시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학교 외부에서 열리는 충돌 사례 모니터링이나 저감조치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코리아>는 18일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 김윤전 팀장을 마포구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모니터링 활동에 동행했다. 다음은 김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팀을 소개해달라.

-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팀은 이대의 소모임이다. 교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동은 2019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교내에서 계속 조류 유리창 충돌이 발생하는 데다가,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 역시 구조상 조류충돌의 우려가 있어 구체적인 데이터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학교에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 팀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이화여대 캠퍼스 교내에서 발생하는 조류충돌 문제의 해결 촉구를 위한 자료수집이다. 팀 자체적인 모니터링 외에도 교내에서 다른 사람들이 발견한 사례의 제보를 받고 있으며,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모아 학교 측에 문제 대처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유리창 조류충돌 문제는 많은 사람이 알게 될수록 좀 더 해결이수월 해지기 때문에, 이번에 민주주의 서울에 청원을 올린 것처럼 학교 외부에도 이런 문제를 알리고 건의하는 등 외부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 인스타그램 갈무리
=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 인스타그램 갈무리

◇ SNS를 통해 조류충돌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가 많은 편인가.

- 주로 학생들과 경비원, 미화원 등 교직원분들이 제보를 많이 올린다. 작년에는 교내에서 수집된 전체 데이터의 절반 가까이가 제보를 받은 사례였으며,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있다. 학교 외부의 사례가 제보로 들어오면 야생조류 충돌 사례를 기록하는 플랫폼 ‘네이처링’에 기록하는 방법을 안내해드리고 있다.

◇ 사람들이 이런 활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다.

- 일단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에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제일 강하다. 또 조류충돌 문제에 점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해결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 구체적인 성과를 설명해달라.

- 이대에서 조류충돌 피해가 제일 많이 발생하는 건물은 ECC고, 두 번째로 피해 기록이 많은 건물은 연구협력관이라는 건물이다. 우리 팀의 제보를 받은 학교 측에서 환경부 조류충돌 저감 테이프 지원사업에 지원해 현재 테이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는 조류충돌 피해가 제일 심한 연구협력관 남측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는 저감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우수 제안에 선정된 유리창 조류충돌 방지 청원 = 민주주의서울 갈무리
우수 제안에 선정된 유리창 조류충돌 방지 청원 = 민주주의서울 갈무리

또 지난해 8월에 민주주의 서울 시민제안을 통해 서울시 측에 관련 조례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이에 서울시 측에 관련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들었고, 올해 10월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다. 이 중에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동물 피해 감소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말고도 다른 단체에서도 관련 사항을 지속해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의 제안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약간은 자랑이지만, 해당 제안은 우수 제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서울시를 포함해 여러 지자체에서도 조류충돌 방지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통과된 상태다. 효과가 있을 걸로  보나.

- 현재 31개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가 나온 상황이고, 국회에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올해 6월 개정되어서 내년 6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법의 개정이다. 현재 이루어지는 저감 조치는 기존의 구조물에 필름이나 스티커 같은 추가물질을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데, 이는 자외선과 바람 등의 요소로 노후화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법적인 수단으로 인공구조물을 처음 지을 때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 기존 방식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작년 4월부터 방음 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이라는 행정규칙이 개정되었다. 그래서 새로 세워지는 투명 방음벽에는 조류충돌 방지 기능이 있는 문양을 넣고 있다. 기존에 세워진 방음벽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다.

언론이 본격적으로 조류충돌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게 2010년대 중후반 정도이다. 긍정적인 점은, 문제가 제기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법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할 일은 많다. 이번 법안 같은 경우도 공공 건축물에 한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730만 동 중 3% 정도만 공공기관 건축물이다. 그래서 아직 까지는 조금 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고, 다른 건축물에서도 조류충돌 방지조치가 이루어지도록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 앞으로 계획과 정부에 바라는 것은?

이 문제는 많은 사람이 알아줄수록 인식이 높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조류충돌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할 것이다. 

필요한 점은 사람들의 참여와 정책적 지원으로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유리창 충돌 문제는 어디서든 발생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를 보지 않고 기록하지 않으면 없는 문제처럼 보일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충돌 피해를 발견했을 때 기록하고 제보해 준다면 인식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환경부에서는 여러 조류충돌 방지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까지는 1억 5천만 원 정도를 지원했지만, 내년부터는 1억 2천만 원으로 줄인다고 한다. 아무래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을 확대해주면 우리가 활동하는 것이 더 원활해지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조류충돌 모니터링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이 진행된 장소는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 일대의 도로 주변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이었다. (2부에서 계속)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