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주호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출처-뉴시스]
[사진 - 이주호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2025년부터 개정되는 새 교과서에 ‘성 소수자’ 용어가 빠지고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반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육과정 개정 내용 중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통과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교육부는 ‘성 소수자’와 ‘성 평등’ 대신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 ’성에 대한 편견’,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 등으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성취기준 해설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꿈으로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교육지원관은 “사회적 소수자를 교과서에 명시하는 것이 제3의 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반영했다”라고 말하며 교과서 용어 개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가 개정안을 발표하기 전인 7일, 교육과정심의회 직후 ‘자유 끼워 넣기에 반대한다.’라는 내용의 수정안이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정심의회는 초·중·고교의 교육과정 제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여 이에 대한 조사·연구를 하는 심의기관이다.

수정안을 제출한 정성식 심의회 운영위원은 1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교육부가 연구진 의견과 달리 기존 '민주주의' 표기에 '자유'라는 말을 넣으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과정심의회를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정 위원은 이번 개정안은 교육과정의 내용적인 측면을 보면 과거로 회귀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는 “불필요한 진영 논리에서 진영 간에 대립, 갈등, 이걸 유발하는 것 같아요. 교육이 지향해야 할 부분 하고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에요.”라고 밝혔다.

정 위원은 또 ‘성 평등’이란 용어도 종교계를 너무 의식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 38개의 법조문에 성 평등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데, 교과서에서는 못 배운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절차상의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11월 7일 회의를 개최했는데, 영등포역 기차 사고로 인해 위원들이 대거 참석을 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며, 의결 정족수에 맞게 회의 성원이 잘 됐는지 의구스럽다고 말한다. 

정 위원은 성원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원 출석부와 회의록을 위원자격으로 자료를 요청했지만, 교육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저 말고는 모든 위원이 다 동의했다, 이렇게 입장을 발표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위원님들 여섯 분하고 지금 이렇게 연락을 해봤었어요. 그런데 사정상 못 오신 분도 있고, 두 분은 오셨는데 교육부의 입장과는 분명히 달라요.”라고 말하며 교육부가 이러한 의혹을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에 대해 “7일 열린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일부 반대(1명)를 제외한 위원 대부분(18명)이 동의했다.”라며 “참석위원 19명 중 3명은 영등포역 탈선에 따른 열차 지연 때문에 회의 종료 후 도착해 추가 의견을 개진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참석한 위원 간 합의점은 찾았지만, 표결은 하지 않았다"라며 "모든 정부 위원회에서 표결로 의사를 결정하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교육과정심의회 규정 제8조는 "각 소위원회, 운영위원회와 참여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을 포함한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서 의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건 정 위원만이 아니다.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 연구진도 9일 성명서 내어 교육부 행정 예고본 철회와 교육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연구진은 “교육부가 오직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집착함으로써 민주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자 한 연구진의 의도를 왜곡하는 동시에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다양성과 포용적 가치를 좁혀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라며 우려했다.

국내 역사교사 최대 조직인 전국역사교사모임도 10일 성명을 내어 개악된 행정 예고본 철회를 요구했다. 박래훈 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뉴라이트 세력에 의해 제기된 것"이라면서 이주호 장관이 당시에도 연구진 의견을 묵살하고 교육과정을 수정하더니, 11년 만에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다시 똑같은 행위를 저질렀다.”라고 비판했다.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사진- 교육과정 개정을 주제로 찬반 설문조사결과, 출처-옥소폴리틱스 ]
[사진- 교육과정 개정을 주제로 찬반 설문조사결과, 출처-옥소폴리틱스 ]

20만명 회원을 보유한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교육과정 개정’을 주제로 설문조사(응답자502명)를 진행한 결과, 반대하는 이는 전체 46.4%, 찬성은 34.5%, 중립은 19.1%로 나타났다.

반대의사를 표시한 누리꾼은 “정권, 체제에 대한 설명이 길고 장황해질수록 실상과 멀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콩고공화국보다 민주적이지 않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보다 민주적이거나 인민을 위하지않는 것처럼”이라고 답변했다.

자유민주주의를 넣는 것은 찬성이지만, 성소수자를 제외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누리꾼도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넣는 것은 성소수자 수를 더 늘리려는 게 아니라 인식개선이 목표다. 우리가 장애인 교육을 한다고 해서 장애인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찬성의 의견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그사람의 자유다. 가치관이 성립되어 있지 않은 학생에게 강요하듯 가르치는 것은 자유의 침해다,”라고 말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와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변화를 교육으로 바꾸겠다는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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