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2022년 6월말, 산업재해 현황, 출처-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 사진- 2022년 6월말, 산업재해 현황, 출처-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코리아] 산업재해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사망자 수는 쉽게 줄지 않고, 건설사의 경우 오히려 늘어났다. 이러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경영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보단 예방이 필요하단 주장이 엇갈리게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중대 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같은 유해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10월 26일 경북 봉화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고립된 광부 2명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하던 중 토사가 무너져내리면서 2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는 매몰된 2명을 자체 구조하려다 실패해 14시간 후 소방에 신고했다.

해당 광산에서는 2개월 전인 지난 8월 29일에도 비슷한 사고가 났었다. 지하 갱도 안에서 채석 작업을 하던 광부 2명이 5m가량 아래 구덩이에 빠져 매몰됐다가 1명은 구조되고 나머지 1명은 사고 발생 6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조사를 받던 중 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 발생 후 책임을 묻는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소중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라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산업재해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대출 국민의 힘 의원은 특정한 예방 조치를 마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형량을 감경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했고, 기획재정부도 지난 8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규정 완화 등을 고용노동부에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처벌완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재해가 줄지 않았는데 처벌을 완화하자는 게 무슨 논리냐”며 중대재해법 개정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10월 25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와 중대재해법 완화를 멈추고 노동자들이 두려움 없이 일터로 나갈 수 있도록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하라”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10월 29일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 한 편에서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하니, 도무지 일관된 철학이나 세계관을 찾을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와 기소로 법 집행을 무력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는 노동자, 시민, 중소기업의 요구를 짓밟고, 재벌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개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안희철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소위 ‘바지사장’으로 불리는 안전책임자를 따로 둬, 대표이사는 처벌 대상에서 빠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법률에 ‘감경 조항’을 명시적으로 넣는 것도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사진 -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찬반응답현황, 제공-옥소폴리틱스]
[ 사진 -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찬반응답현황, 제공-옥소폴리틱스]

20만명 회원을 보유한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를 주제로 설문조사(응답자 407명)를 진행한 결과, 찬성하는 이는 전체 60%에 달했다. ‘반대’는 19.2%에 불과했다.

설문에 참여한 누리꾼은 “영국도 만만찮게 산업재해가 많은 나라였다. 기업 처벌강화가 된 다음부터 줄기 시작했지. 안전관리 비용 부담된다고 징징대는 기업이면 그게 기업이냐.”라며 산업재해 처벌을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

“애초에 하루 2명꼴로 죽어 나가는데 뉴스 되는 건 노조에 미움받는 대기업이나 큰 사건뿐이고 진짜 열악한 현장은 처벌도 안 된다. 이게 무슨 헛짓거리인지.”라며 처벌의 강화보단 범위의 확장을 주장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시스템을 도입할 지원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설비 측면에서 회사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게 해야 한다. 시스템을 도입할 돈이 없다면 먼저 지원해줘야 한다. 규제에 맞게 안전설비를 설치했음에도 사고가 날 때는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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