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구급대원들이 시신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1일 기준 현재 사망자는 156명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구급대원들이 시신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1일 기준 현재 사망자는 156명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력 투입이 전년보다 적어 사고가 났다는 의견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코리아>가 경찰청 자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었던 29일 밤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관계당국의 안전 대책이 없었던 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경찰 인력 부족’을 사태 원인으로 꼽으면서 지난해 경찰력이 800명이 투입됐다는 루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올해 투입된 경찰이 예전보다 적었다? 

그렇다면 사고 현장에 배치된 경찰 인력이  전년보다 적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6년간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경찰 800명이 투입된 적은 없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30일 출입처 담당기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자료를 배포했으며, 언론에 나온 건 팩트가 맞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는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증원하고 경찰서 교통·형사·외사 기능으로 합동 순찰팀을 구성, 시도경찰청 수사·외사까지 포함해 총 137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설명에 의하면 연도별 배치 인력은 2017년(90명), 2018년(37명), 2019년(39명), 2020년(38명), 2021년(85명)이었다. 따라서 올해 경찰 인원이 줄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또한 오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태원 행사를 통제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 근거는 올해 투입된 137명 중 지역경찰은 32명, 교통경찰은 26명, 수사경찰이 50명이었다. 마약 단속을 위해 투입된 사복경찰 50명을 빼면 지난해 85명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기동대의 임무는 '경비'이다. 혼잡한 곳이나 집회시위/다중범죄 현장, 국가행사 등 다양한 상황에서 경비경찰로서의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경찰기동대의 혼잡경비는 대규모 행사 등에서 압사사고, 테러, 기타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활동을 펼치는 업무다. 이런 기동대의 역할이 이번 이태원 현장에서는 없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 5년전 경찰의 역할과 비교해보자. 10만명 인파가 모인 2017년에 경찰은 90명이 투입됐고 이중 의경이 60명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017년 당시 의경들이 설치된 폴리스라인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이 올라와 있다. 

2017년 핼러윈 당시 이태원 모습. 출처=클리앙
2017년 핼러윈 당시 이태원 모습. 출처=클리앙

코로나 확산 이전에도 이태원엔 핼러윈데이가 되면 지난 29일 그 이상으로 인파가 몰렸다. 그래도 어떠한 사고도 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일은 예방할 수 있던 일을 막지 못한 인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최 쪽이 없는 다중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 관련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매뉴얼에 없어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은 어떨까.

한상철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매년 자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용산 경찰서에서도 미리 내부적으로 회의가 있었을 터인데 (군중 통제와 관련해) 아이템을 못 낸 것”이라며 “이번엔 경찰이 안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적으로 따지자면 핼러윈 파티는 사적행위 행사로 수익자 부담원칙 아래 이태원 상인연합회에서 자체적으로 경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상위법에서는 국민 안전을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경찰법 제3조에서는 경찰의 임무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보호,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더 구체적이다. 제5조는 '경찰관은 극도의 혼잡, 그밖에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매우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킬 수 있다.  

한 교수는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 관련해 무엇보다 실질적인 안전관리 강화 및 법제도적인 측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경찰의 대응 매뉴얼이 없다며 이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은 7년 전 이런 문제와 관련해 이미 연구용역을 의뢰해 보고서까지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2015년 10월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단에 발주해 ‘다중 운집 행사 안전관리를 위한 경찰 개입 수준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보고서는 지역축제나 공연 외 다중 행사 등 관리 주체가 애매한 대규모 행사 역시 안전관리계획을 반드시 갖추라고 돼있다.

또 김상운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017년 발표한 ‘외국경찰의 대규모 행사 안전관리로 본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경찰이 (다중운집행사에 경력 투입을) 고려하는 기준에는 참가자의 흥분에 영향을 미치는 성향, 민간경비의 대응 방식에 대한 급격히 변화할 수 있는 요인 등에 대한 질적 평가항목이 부족하며, 구체적으로 참가인원 대비 대응인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없어 사실상 책임자의 재량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경찰의 대규모 행사 안전관리 활동은 위험수준에 대한 진단과 안전총괄, 안전관리계획 및 교육, 매뉴얼에 따른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경찰력 활용에 대한 매뉴얼의 정비가 필요하고, 임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의 단계별 안전관리 요령에 대한 위험성 체크리스트를 세부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숫자보다 효율적인 통제가 더 중요

일각에서는 이태원 압사는 경찰 숫자보다 통제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중 통제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적절한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상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 서퍽 대학의 군중안전 전문가인 G. 키이스 스틸 객원교수는 “군중 통제의 기본 규칙 중 하나는 주어진 공간에 얼마나 많은 밀도를 넣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ABC 방송은 1일 보도했다. 

ABC에 따르면 스틸 교수는 “비록 제한된 수의 경찰관들이 있었다고 해도 그 많은 사람들을 계속 움직이게 하기 위해 비상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스틸 교수는 “(혼잡구역에서) 사람들을 더 일찍 붙잡고 그 병목현장에서 풀어준 다음 붙잡았다가 푸는 것”이라며 “이러한 구역에 서너 명의 경찰관을 배치하고 그들이 앞에 있는 군중을 볼 수 있는지 확인하면 이러한 임계 밀도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틸 교수의 말에 따르면 군중이 과도하게 밀집된 구역 주위로 미리 서너 명의 경찰관만 배치해 군중 흐름을 통제하면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증결과] 예년에 비해 올해 이태원 주변 핼러윈 행사에 투입된 경찰 인력이 적었다는 것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해석에 따라 논쟁의 여지는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경찰 수는 많았지만 압사 등을 예방하는 혼잡경비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기동대 투입이 없었다. 경찰 또한 예년 대비 인력을 증원해 배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인력들은 질서유지보다는 범죄예방에 중점을 뒀다. 질서 유지에도 경찰력을 투입했더라면 참사를 예방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는 점에서 경찰 지도부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 참고자료

김상운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17년, <외국경찰의 대규모 행사 안전관리로 본 시사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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