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국힘 김기현의원 블로그 갈무리]
[ 사진 - 국힘 김기현의원 블로그 갈무리]

[이코리아] 여성 징병제 논란이  또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여성 군사 기본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불붙은 것.

김기현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의 군사 기본교육 의무화 추진!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자강의 시작입니다!”라는 게시글을 남겼다.

김 의원은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의 대상을 여성으로 확대해 출퇴근 방식이나 2박 3일 정도의 입소 훈련방식으로 기본적인 응급조치, 화생방ㆍ방사능 대응방법, 총기류 관리법, 포격 시 대응 요령 등 유사시를 대비한 생존 훈련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국방부, 교육부, 여성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11월 초·중순쯤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라고 했다.

여성 징병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남녀평등복무제’를 꺼낸 적이 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박 의원은 남성과 여성 최대 100일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와 '모병제 전환' 동시에 추진하는 남녀평등 군복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방부 입장은 명확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성 징병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여성 징병제는 양성평등에 대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에 대해 언론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여성 군사교육’을 키워드로 검색해본 결과 해당 소식이 처음 언론에 알려진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총 22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보수성향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온도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자강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김 의원의 주장을 옮겼고, 중앙일보는 ‘뜻밖의 반응’이라는 제목으로 보수성향 커뮤니티의 여성 군사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소개했다. 또한,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의 "여성군사교육은 비현실적"이라는 반대 의견도 같이 보도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경향신문은 “교련 부활”이란 제목으로 군사정권의 산물인 교련을 부활하자는 목소리로 보인다고 했으며, 한겨레는 “이 대남 표심 노렸나”라 제목으로 차기 당 대표자 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이 20대 남성의 표심을 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옥소폴리틱스 커뮤니티에서 여성의 군사 기본교육 의무화에 대한 찬성은 58%이다. 반대는 26%에 그쳤다. 성별 연령대별 응답을 살펴보면 10대와 40대는 오히려 여성의 반대 비율이 더 적게 나타난다.

[사진-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에 대한 찬반논의, 출처-옥소폴리틱스 갈무리 ]
[사진-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에 대한 찬반논의, 출처-옥소폴리틱스 갈무리 ]

한 누리꾼은 “남자들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희생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합당할만한 보상조치나 사회적 어드벤티지를 주는 게 맞지. 여성 군사훈련을 그 대안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그냥 갈등 키우자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대남이 바본 줄 알아? 이걸 또 속을 거라고 생각하고 집어온거야?”라며 표가 필요할 때마다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에 대해 분노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군 문제를 성 문제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는 휴전국이다. 군 문제를 성 문제로 가져가지 말고, 국민의 의무로 남녀 모두가 기초훈련을 확실히 받아야 한다. 이후 스펙이 될 수준으로 병과 별 전문성을 올려 복무 후 국가와 기업에서 채용 우대를 해 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성 징병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외국군 사례에도 이목이 쏠린다.

여성을 징병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많진 않다. 이스라엘, 아프리카 6개국(수단, 차드, 에리트리아, 모잠비크, 코트디부아르, 베냉), 중남미의 볼리비아와 쿠바, 북한 그리고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로 지금까지 남녀 모두를 징집하고 있다. 건군 초기부터 자국을 둘러싼 안보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았던 만큼, 병력 수급에 남녀를 가릴 수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에서 18~26세의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주며, 복무 기간은 24개월이다. 유대교와 드루즈교 신자만 징병 되며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신자와 체르케스인은 자원에 한하여 입대할 수 있다. 또한, 비폭력주의 등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경우 심사를 거쳐 대체복무를 부과한다.

이스라엘 여군의 4% 정도는 보병과 포병·기갑 등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나머지는 주로 행정과 통신·항공 통제 등 비전투 분야에서 근무한다..

다만 여성은 결혼과 임신, 학업 등을 이유로 면제할 수 있어 전체의 40∼50%만 군에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여성이 군 복무를 끝낸 뒤 임신을 하게 되면 남은 예비군 복무는 모두 면제된다..

올해 5월 군 복무를 마친 젊은이들에게 대학 학비의 75%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제도가 법제화되어 군복무를 마친 예비군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 중 최초로 여성 징병제 도입을 결정했고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여성 징병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주도한 것은 사회주의 계열 정당 출신 여성 인사들이었다. 2013년 여성 국방부 장관이었던 에릭센 쇠레이데는 여성과 남성이 권리와 의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 징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쇠레이데 장관은 군대가 노르웨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집단 중의 하나이며, 그 힘이 남자에게만 허락된다면 이는 노르웨이가 추구하는 평등이라는 기본적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의회는 성 중립적 징병제를 위한 결의안을 승인하여, 2016년 여성 징병제가 시행되었다.

노르웨이에선 여성 징병제 대신 '성 중립적 징병제'라는 용어를 쓴다. 이 제도로 매년 19세가 되는 남성과 여성 약 6만여명이 복무 대상자가 된다. 다만 이들 모두가 군에 복무하는 것은 아니다. 군은 전체 징병 대상자 중 능력과 동기 등을 고려해 군이 필요로 하는 약 8000명 정도만 선발해 징집한다. 징병 대상자가 되더라도 학업, 양심 등 이유로 징병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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