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 "미국은 의무체포제도 도입해 가해자 엄중 처벌"

[ 사진 -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이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
[ 사진 -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이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

[이코리아]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인해 스토킹 범죄에 관한 반의사불벌 조항에 대한 폐지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의사불벌죄란 1953년 9월 형법을 제정할 때 새롭게 만들어진 범죄유형으로, 한국만의 특유한 제도이다. 본래 1940년 3월 일본 개정형법 임시 안의 영향을 받은 입법 양식인데, 오히려 일본은 1961년 개정형법 준비 초안에서 반의사불벌죄를 규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형법에는 친고죄만 있지 반의사불벌죄는 없다. 

반의사불벌죄 본래의 의미는 경미 범죄에 대한 당사자 사이의 분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고, 기소도 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범죄자와 피해자 사이의 합의 또는 화해나 배상의 과정에서 반의사불벌죄가 오·남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역시 사건의 과정을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합의를 종용하며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도록 압박하는 등의 2차 피해가 있었다. 그러다 합의가 되지 않아 재판에서 검찰 구형이 높게 나오자 앙심을 품고 보복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애초에 이 조항이 없었더라면 합의를 핑계로 괴롭힐 수는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인 허민숙 조사관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반의사불벌 조항은 스토킹처벌법이나 가족폭력 처벌법의 독소조항이다. 두 법률 모두 가해자를 제재하는 데 매우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고 전화하면 경찰들이 '이거 사건 하실 거예요?'라고 물어본다. 이 뜻은 피해자에게 '지금 고소하실 건가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고 말하며 반의사불벌 조항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코리아>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삭제되면 피해자 보호조치가 바로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허 조사관은 “우리나라는 의무 체포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들이 위험성을 임의로 판단해 결정한다. 이번 신당역 사건의 전주환 같은 경우에도 경찰이 보기에 체격도 왜소하고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어떤 가해를 가한 적도 없으니 위험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무슨 무슨 자격증도 있고 거주도 일정하고 뭐 이런 식으로 해서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의무 체포 제도’와 ‘강제 기소 주의’를 예로 들었다.

허  조사관은 “미국은 1984년도에 의무 체포 제도를 도입했다. 의무 체포 제도를 시행하는 주 정부의 경찰들은 현장에 가서 피해자에게 절대로 고소를 원하느냐, 처벌을 원하느냐 물으면 안 된다. 화해나 중재를 시도해서도 안 된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서 해야 할 일은 가해자를 체포하는 것이다.”라며 “‘범죄를 저지르면 체포되고 기소된다’라는 기본 인식이 당사자들이나 수사기관, 전 사회적으로 생겨날 수 있도록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을 맺었다.

우리나라에서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 대상은 의외로 많다. 

외국 원수 및 사절 폭행·협박·모욕·명예훼손, 외국 국기 국장모독(형법 제107조, 제109조), 폭행 및 존속폭행(형법 제260조), 과실치상(형법 제266조), 협박 및 존속협박(형법 제283조), 명예훼손, 출판물 등 이용 명예훼손(형법 제309조, 제311조)이 적용 대상이다.

또 부정수표 발행(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하지 않은 스토킹 행위(스토킹처벌법 제18조), 교통사고에 의한 재물손괴 및 업무상과실치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12대 중과실은 제외), 근로기준법 위반 중 금품 청산 규정 위반(근로기준법 제36조), 임금체불(같은 법 제43조)가 해당된다.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부정 사용(주민등록법 제37조,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만), 특허법 중 침해죄(특허법 제225조), 사이버 명예훼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도 반의사 불벌죄가 적용된다.

이러한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소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그 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이때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1심 판결 전까지 해야 하고, 일단 고소를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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