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삼성전자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삼성전자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코리아]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RE100 등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한 삼성전자의 장기 전략을 조만간 공식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한 부회장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가 개최되는 독일 베를린에서 1일(현지시간)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만간 삼성전자의 지속 가능한 발전 관련 새로운 비전 발표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 달라”며 “곧 실천할 수 있고 달성 목표가 뚜렷한 내용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의 발언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재생에너지 캠페인인 RE100 동참을 발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RE100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자는 캠페인이다.

삼성은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RE100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또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전체 전력구성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기준 17.6%에 불과하다. 

반면, 경쟁사인 TSMC나 인텔은 이미 지난 2020년 RE100에 동참해 각각 2050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TSMC의 재생에너지 소비 비중은 2020년 기준 7.6%로 삼성전자보다 낮지만, 인텔은 무려 82%까지 비중을 높인 상태다. 

한 부회장은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는데, 가장 우려하는 그린워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와 달리 친환경 경영·투자를 한 것처럼 홍보해 기업 이미지를 친환경 이미지로 세탁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지난 7월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포괄적 중장기 환경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조만간 세부 계획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기후단체들도 삼성이 지속가능한 미래와 야심 찬 기후 목표를 세우고 이루려면 RE100을 달성하는 것부터라는 의견이다. 

국내외 44개 기후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주요 임원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에서 전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그룹이 그 명성에 걸맞게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높이고, 글로벌 기후 리더로서 선도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서신을 전달했다.

기후단체들은 “삼성과 시민사회가 협력하면 다른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소비를 촉진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 투자자들에겐 올바른 재생에너지 가격 지표를 제공하는 동시에 더 나은 전력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며 “삼성은 혁신과 지속가능한 미래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RE100 가입을 위해 국내 전력시장을 비롯한 관련정책 등 정부 측의 제반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부회장은 또 이날 올해를 ‘스마트싱스(SmartTings)’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스마트싱스를 단순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넘어 통합된 연결 경험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미래 세대와 함께 삼성전자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만의 맞춤형 솔루션이 제공되는 ‘캄 테크(Calm Technology)’를 구현하고 친환경을 회사 경영 전반에 체질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스마트싱스 대중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로 타사 기기와의 연동 확대를 통한 스마트싱스 에코시스템 강화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내년 말까지 거의 모든 생활가전 제품에 와이파이를 탑재해 자사 제품 간 연결 경험을 강화하고, 내년부터 TV와 생활가전에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 표준을 적용해 13개 회원사의 기기를 연동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TVㆍ생활가전 주요 제품에 Matter 표준을 지원하는 스마트싱스 허브 기능도 탑재해 모바일 제품의 스마트싱스 환경과 함께 타사 기기와의 연결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스마트싱스 에코시스템 확대에 따라 사용자 수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싱스 앱 가입자 수는 약 2억3000만명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5년 내 2배 이상 커진 5억명을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복권된 이후 사업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부회장이 통상 강조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투자를 지속하고, 고용을 확대해 경제에 보탬이 되라’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지시 대신 사업하는 사람들이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해줬다”고 전했다.

6년 전 미국의 전장 업체 하만 인수 이후 사실상 중단된 삼성전자 인수합병(M&A) 추진 상황에 대해선 “지금 있는 기존 사업이나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을 갖추기 위한 부분도 광범위하게 보고 있다”며 “특성상 업종이나 회사 이름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많은 부분이 진척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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