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북한이 10일 우리 정부의 대북 수해지원 제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우리 측에 전달했다.

 현 이명박 대통령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온 최근 북한의 대남 기조에서 북한이 일정 부분 전환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을 기회로 삼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성의를 보인다는 분위기지만, 근본적인 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북한이 오늘 오전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수해지원을 받겠다는 뜻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 정부가 지난 3일 북측에 남한 정부 차원의 수해지원 의사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간 접촉을 제안한지 7일만이다.

 이에 따라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단절됐던 남북 당국 간 대화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우리 정부는 '원칙적인 가운데 유연한 대북정책'을 강조해 왔다. 정치 부분에서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인도적 분야에 있어선 북측과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로는 김 위원장에 대한 조문을 제한한 것을 비난하며 '남한 정부와 불상종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이런 완고한 흐름에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 남측의 수해지원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은 악화 일변도였던 남북관계에 소통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이번 대북 지원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 나아가서는 천안함 침몰 등과 같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근본 원인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지난 정권들에서 주로 정권 말미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선례에 비춰 현 정부 막판에 남북관계가 유화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전면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 입장에서 구태여 현 정권과 관계 개선을 할 필요성이 적다는 보기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 성사까지는 모르겠지만, 금강산관광 사업이나, 남북관계의 근본적 개선 논의로 확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내년에 남한에 대북 친화적인 정권이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굳이 이명박 정부와 대북사업이나 관계 개선을 논의할 이유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수해지원 자체가 불발로 끝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수해지원 수용 의사를 밝히며 지원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북측은 이번 수해 지원에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과 같은 일'이란 지난해 우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영· 유아용 식품과 초코파이, 라면 등 50억원 규모의 대북 수해지원을 하려던 것이 무산된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당시 "(지원을 하려면) 통 크게 해달라"며 우리 정부의 지원 규모에 불만을 표시했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측에서 지난해 일에 대해 이번에 언급을 했다는 점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면서도 "지원 규모나 품목을 북측과 협상을 하겠지만, 반드시 대북 지원이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북측에서 수용 의사를 전해온 것만으로 남북관계를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일단 지원규모나 품목 등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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