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왜곡된 역사관' 논란이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박 후보는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거듭 요구받고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5·16 쿠데타에 대해선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7월 16일)에서 "그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7월 21일), "쿠데타가 아니다"(8월 8일) 등 여러 차원의 견해를 밝혔지만 유신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유신에 대해서 많은 평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하셨다"면서 "그 말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해 결과적으로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어 "아버지 3주기 때 어느 재미 작가가 아버지에 대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한반도가 박 전 대통령을 만들어간 방법과 또 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를 만들어간 방법,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야만 바른 평가가 나온다'고 썼다"면서 "그 글이 저는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장기집권을 위한 초법적 조치였던 유신체제에도 다양한 평가가 있다는 말로 사실상 방어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는 당내 경선 캠프의 좌장이었던 홍사덕 전 공동선대위원장이 최근 "유신은 수출 100억불을 위한 조치"라고 발언한데 대해서는 "그건 그분의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고, "다만 그 당시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 고초를 겪으신 분들에 대해선 딸로서 제가 사과드리고 또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제가 노력해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냐"면서 "그 부분도 어떤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사과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로 답했다.

 박 후보는 "우리 현대사는 압축적인 발전의 역사였으며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굴절도 있었고 그림자도 있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성과는 계승해서 발전시키고 또 어두운 부분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면서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인식에 대해 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후보는 모든 것을 과거사로 돌리고, 남 탓하는 정치인의 끝을 보여줬다"고 혹평했다.

 정 대변인은 "5·16 쿠데타와 유신체제의 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그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고 그 폐해가 엄존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대사의 문제"라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박 후보가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회피 또는 부인하는 것은 그의 헌법의식의 부재를 반증하고 과연 그가 국가 지도자로서 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민주당 경선 후보의 대변인인 윤관석 의원도 "박 후보는 홍사덕 전 원장의 '유신옹호' 발언을 개인적 의견으로 치부하면서도, 5·16과 유신에 대해선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했다"며 "무책임, 무원칙, 역사의식 부재를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에서 뿐만 아니라 그간 친박(친박근혜)계를 비롯해 박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서도 유신에 대해선 그가 5·16 쿠데타와는 다르게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와 기대가 많았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으로 정권을 잡기 위해 일으킨 5·16 쿠데타와는 별개로, 1972년 10월 유신은 장기집권을 위해 명백하게 헌법을 짓밟은 조치라는 것이 대체적인 역사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유신에 대해 박 후보가 그래도 전향적인 표현을 해주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 대표는 홍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헌법적 가치를 수출을 위해 부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고,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박 후보 주변 인사들은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박 후보의 발언 이후 거센 논란이 일자 경선 당시부터 여러 통로를 통해 5.16쿠데타와 유신체제 등에 대해 발언수위를 낮출 것을 건의하기도 했었다.

 경선 캠프에 이어 본선 대선기구에도 참여한 한 친박(친박근혜) 인사는 10일 "우리 쪽에서도 유신에 대해 박 후보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후보에게 건의도 했다"며 "아버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박 후보가 (객관적 인식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나아가 "(유신 발언으로)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이탈할 것이란 걱정이 크다"면서 "박 후보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확실한 고정 표는 갖고 가겠지만 부동층 표심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 공보위원은 "박 후보의 이날 발언은 충분히 전향적이라고 평가할만 하다"고 박 후보의 견해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 공보위원은 "박 후보가 유신에 대해 똑부러지게 '옳다, 그르다' 평가는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고뇌를 언급하면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까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 표시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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