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비전-S 링크'. 출처=소니 홈페이지 갈무리 
소니의 '비전-S 링크'. 출처=소니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가 혼다자동차와 협력해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 공략에 나선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본판 ‘삼성-현대차’급의 협력인 만큼 향후 국내 전기차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소니와 혼다는 이번 달 중순 2025년부터 고부가가치 전기차 판매와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으로 새로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3월 모빌리티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진전된 결과다. 

양사 임원들은 공동성명에서 파트너십의 세부 사항이 아직 협상 중이지만, 올해 안에 새로운 회사가 설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25년부터 전기차 판매와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을 시작할 계획이다. 

혼다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 중 전기차 분야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회사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혼다는 일찍부터 신모델을 차별화하고 저마진 자동차 사업에 가치를 더하는 방법으로 소비자 가전, 자율주행 센서, 소프트웨어와 함께 소니와의 협력 가능성을 보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전기차 협력을 위해 소니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 수년을 보냈다. 도시히로 사장이 지난해 말 혼다의 CEO가 되었을 때, 소니와 혼다의 전기차 합작법인 설립 계획은 두 회사 간의 일련의 회의를 거쳐 점차 구체화됐다. 

소니와 혼다의 전기차 제휴는 2021년 말 본격화했지만 양사 제휴의 역사는 1950년대 전후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양사의 설립자인 이부카 마사루와 혼다 소이치로는 사업 초기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소니는 올해 2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전기차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혼다와의 제휴를 통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양산 능력 부족을 단숨에 해결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소니는 레벨 4 자율주행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에서 개발한 센서가 장착된 클라우드 연결 자동차를 구상하고 있다. 소니는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센서와 통신기술, 차내에서 즐기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미국 벤처투자회사 레드블루 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인 올라프 사커스는 “기술 회사와 자동차 회사의 제휴가 쉽지 않겠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산업의 추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합작회사는 ‘필요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사커스는 “소니와 혼다의 동맹은 기업들이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기술과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지 깨달을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 통합만이 아니라 업종간 제휴 모델이 더 많이 목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율 주행 기술과 스마트 장치, 인터넷 연결을 전기차에 통합하는 추세로 인해 소니를 비롯해 많은 기술 회사들이 약 3조달러(약 3896조 4000억원)로 추산되는 모빌리티 시장에 합류하려 한다. 애플 역시 수년 간 전기차 프로젝트로 소문이 자자한 테크 기업 중 하나다. 

혼다가 소니와 협력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업데이트할 수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눈에 띄는 테슬라에서 나온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기술 회사에게 전기차를 만들 파트너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현대차, 페라리와 협상을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그 이유는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장에 앞서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계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요시다 타츠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는 “자동차 산업의 상대적으로 느린 성장 속도를 포함해 운영 방식의 차이도 기술 기업의 협력 관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자동차 회사와 기술 회사 간의 대부분의 관계는 소니-혼다 합작 투자와 같은 50-50 모델을 기피해왔다. 

게다가 자동차와 기술 업체의 운영상 차이가 장기적 관점의 통합을 위협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타츠오 분석가는 “소니는 게임에서 음악, 영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 관여하지만 혼다의 운명은 전기차에 크게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즉, 2025년 첫 차를 출시한 후 양사 제휴가 중단되면 혼다는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과 자동차 산업의 해외 대기업 간 제휴로 인해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국내 전기차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이종 간 협업이 많이 진행된다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는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협업이 부진하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협업에 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면서 협업과 관련해 법과 매뉴얼도 만들어졌다. 또 지난 2015년 12월에는 오토 얼라이언스도 출범되면서 지방에 사무국을 두기도 했지만 기업들이 관심이 없어 지지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대기업 측에서 이종 산업간 협업은 없지만 정책적으로는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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