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사용량 비교. 자료=한국전력, SK증권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사용량 비교. 자료=한국전력, SK증권

[이코리아]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가입기업 대비 여전히 부족한 숫자로, 취약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3일 SK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RE100 가입 한국 기업은 19개로 증가했다. 2020년 말 SK그룹 계열사가 가입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그룹 계열사 등이 포함된다. 삼성그룹과 LG이노텍도 가입을 검토 중이며, 소규모 스타트업들도 마케팅 차원에서 RE100 선언을 희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다만 RE100 가입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372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국내 가입 기업 수는 부족해 보인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시작한 이래 100% 재생가능한 전력을 사용하기로 약속한 회사만 약 372곳(올해 6월 기준)을 모집했다. 

RE100에 가입하는 글로벌 기업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우리나라 기업도 가입하기 시작한 것은 시급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거래 업체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RE100 참여 및 이행여부에 따라 국내기업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이 지난해 9월 공동 발간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RE100 미가입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수출액이 각각 31%,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RE100 가입에 대한 명분이 증가함에도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속도가 더딘 이유로는 무엇보다 취약한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로 인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속도가 더딘 이유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부족”이라면서 “국내 전력소비량 상위 30개 기업들의 최근 5개년 전력 사용량 평균은 10.3기가와트시(GWh)다. 이에 반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GWh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은 REC 구매, 녹색프리미엄제, 제3자 PPA, 지분투자, 자가발전, 직접 PPA 등이 존재한다. 한 연구원은 “가장 선호되는 방식인 REC 구매의 경우 간단한 절차, 탄소배출권 대응 가능의 등의 장점이 있지만, 전력가격과 재생에너지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높고, 발전사업자들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가  증가하고 있어 REC 장기 계약의 트렌드화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PPA의 경우 송전망을 한국전력에 의존하는 구조로 송전망 사용 비용의 불명확성, 전력부족 상황, 전력가격 예측의 어려움으로 계약조건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사용량 상위 10개 기업. 자료=한국전력, SK증권 
전력사용량 상위 10개 기업. 자료=한국전력, SK증권 

국내 전력사용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평택3공장(P3)을 가동한다. P3는 삼성전자가 2020년 중순 착공에 들어가 올해 하반기 완공할 예정인 신규 반도체 공장이다. 건축허가 면적은 70만㎡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또, 2023년 말에는 P4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책적 지원 수준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연구회, 대한변호사협회 ESG위원회와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17일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내 전력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이 개정되어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PPA’ 제도와 재생에너지 공급-수요기업 간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직접 PPA’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PPA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제3자 PPA와 직접 PPA 계약은 각각 1건씩 밖에 체결되지 못한 상황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RE100 주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의 폴 디킨슨 의장이 기조연설에서 “저탄소 에너지는 전략적 경제 자원이 되었고 탈탄소 에너지 시스템에 투자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기회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과 제조업 역량 강화 등 장기적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의 발 빠른 RE100 이행을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삼성전자의 RE100 참여 발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나왔는데, 이에 존 디킨슨 의장은 “한국이 더 많은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부정할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 발전과 성공을 위해 RE100 재생에너지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반드시 모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종합토론에서는 공통적으로 재생에너지 직접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PPA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입법과 함께 시행하는 행정부에서도 시행령을 신속히 만드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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