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 이평호 연구원이 28일 열린 2022 콘텐츠산업포럼 게임분야 포럼에서 발제하는 모습. 사진 출처=유튜브 한국콘텐츠진흥원 채널 2022 콘텐츠산업포럼 게임분야 포럼
국립재활원 이평호 연구원이 28일 열린 2022 콘텐츠산업포럼 게임분야 포럼에서 발제하는 모습. 사진 출처=유튜브 한국콘텐츠진흥원 채널 2022 콘텐츠산업포럼 게임분야 포럼

[이코리아] 전문가들이 모여 게임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머리를 맞댔다. 이들의 공통된 시각은 게임을 기획할 때부터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2 콘텐츠산업포럼 게임분야 포럼을 28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 접근성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에서의 접근성이란 장애인과 고령층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게임 접근성, 장애인만의 문제 아니다

국립재활원 이평호 연구원은 콘솔게임기 개발사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게임 접근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특히 XBox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의 노력을 조명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장애인 유저들에 대해 굉장히 많이 연구한다”며 “다양한 장애를 앓는 이들과 모여 무엇이 어려운지 이야기를 나누고 방향성을 잡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년 전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를 출시했다. 해당 컨트롤러는 조이스틱, 스위치, 키보드 등을 연결해 게임 인터페이스를 구성할 수 있는 보조기기다. 당시 게임 접근성을 제고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호평받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접근성에 깊게 관심을 갖게된 것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990년에 장애인법을 제정했지만, 게임 접근성은 한동안 나아지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0년과 2012년 게임 관련 제도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조성한 환경에서 장애인들은 볼, 뺨, 발 등을 사용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트리거와 조이스틱 강도를 설정할 수 있고, 텍스트를 음성으로 또는 음성을 텍스트로 인식할 수 있는 접근성 옵션이 추가되면서 시·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플레이 환경이 동등해진 것이다.

이평호 연구원은 여러 장애 유형을 고려한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국민 70%는 게임을 이용하지만 장애인의 이용 실태 파악은 미흡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게임은 단순히 여가활동에 그치지 않고 직업이나 사회관계망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장애인에게는 사회관계망 확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입장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시사점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초고령화가 채 10년도 안 걸릴 수 있다”며 “현재 40~50대 유저들은 노화로 인해 시각적인 면이나 반응속도 등에서 장애인과 유사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과연 장애인만의 문제인가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게임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출처=유튜브 한국콘텐츠진흥원 채널 2022 콘텐츠산업포럼 게임분야 포럼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출처=유튜브 한국콘텐츠진흥원 채널 2022 콘텐츠산업포럼 게임분야 포럼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는 자사 텍스트어드벤처게임 ‘서울2033’에 실시한 접근성 개선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서울2033은 텍스트에서 유저가 선택지를 고른 뒤, 이야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게임이다. 2018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서비스 초기에 시각장애인 유저로부터 CS 메일을 받았는데, 게임을 잘 즐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서 지원하는 스크린리더 기능으로 텍스트를 읽으며 진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이 텍스트 위주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던 건데, 정작 우리는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지하게임즈는 이를 계기로 접근성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가장 큰 개선점은 이미지에 보이스라벨(대체텍스트)를 단 것이었다.

이 대표는 “비장애인 눈에는 X표시 버튼이 있으면 ‘닫는’ 기능인 걸 아는데,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보이스라벨이 없으면 ‘이미지’라고만 읽어주기 때문에 어떤 기능을 하는 버튼인지 알 수 없다”며 “그래서 X표는 ‘닫기’, 체력아이콘은 ‘체력’이라고 보이스라벨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2033 일일 유저 약 3000명 중 30명은 스크린리더를 활용해 게임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단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에 유인을 제공하고 사회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정 사항을 개선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유료게임은 어떤 접근성 옵션을 제공하는지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는 음성 읽기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불하는 사례도 있다.

이 대표는 “시각장애인 유저 출신 작가와 같이 일하고 있어 얘기를 듣는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게임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크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접근성 개선 방법은 고도화된 기술이나 새로운 하드웨어가 견인하는 것처럼 여겨졌는데, 사실 기획 차이나 소통을 통해 사소한 부분이라도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핵심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업계가 자발적으로 접근성을 제고하기에는 힘든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 국장은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특정 장르와 IP에 집중하게 돼 접근성에 소홀했다”며 “다행히 최근 입법 동향을 보면 접근성 관련 법안이 많이 나오고 있고, 게임업계도 장애인e스포츠대회 개최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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