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방한일정 마치고 출국…권위 내려놓고 대중에 다가가는 모습 큰 경종

 
【서울=이코리아】조진성 기자 =  권위를 버리고 낮은 곳으로 향하는 소탈한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번 방한 기간 내내 교황은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연일 위로하고, 장애인들을 만나는 등 낮을 곳을 찾는 소탈한 행보가 우리 사회의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교황에 대한 국민적 열광은 이념이나 종교마저 뛰어넘어선 열풍이다. 교황은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먼저 손을 먼저 잡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 격식 없는 스킨십을 통한 소통을 이어갔다.

어린 아기들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진정성이 있는 위로와 축복을 잊지 않았다. 카퍼레이드 때마다 아기들에게 입을 맞추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축복을 내리는 것도 예삿일이었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유족에게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고 위로했고, 유족이 건넨 편지와 십자가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헬기 대신 KTX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민들을 만나고, 차를 타고 가다가도 수시로 차를 멈춰 아이들을 쓰다듬거나 이마에 입을 맞추는 교황의 스스럼없는 모습에 국민들은 진정성을 느끼고, 존경심을 표출하고 있다.

'더 낮은 곳에서 소통해야 한다'는 교황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에 '깨달음'이라는 화두를 던져줬다. 시민들의 공통된 반응은 존경심이다.

회사원 박희원(33·여)씨는 "우리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모습에 너무 놀랐고, 감동까지 받았다"며 "교황의 격식 없는 소통과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들이 많았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운(23)씨는 "시민들과 손을 맞잡고 포옹하며 축복의 인사를 전하는 교황의 모습을 볼 때마다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게됐다"며 "자신을 낮추고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교황의 모습에 진정성을 엿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정치권과 사회 지도층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냈다.

대학원생 김보미(24·여)씨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데도 교황님을 뵈니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며 "정쟁에만 몰두해 대립과 반복을 일삼는 정치권과 권위만 내세우는 사회 지도층과 너무나 뚜렷하게 대비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사회가 교황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교황의 방한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심한 우리네 각박한 자화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방한 첫 날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각별함을 보이고,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의 모습은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첨예한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정치권이나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최근 세월호 참사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행보와는 사뭇 달랐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 용삼참사 유족,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까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외면했던 낮은 곳을 향한 교황의 행보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그동안 한국사회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에 대한 한계와 불만의 대안으로 '사회적 어른'이자 희망이 교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황이 우리 사회의 아픔을 대변하는 사건의 당사자들을 직접 위로하면서 아픔과 분노를 정화 시키는 '사회적 어른'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조금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진정성 있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며 "특히 우리 사회의 아픔을 대변하는 당사자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위로해주는 모습을 볼때 마다 사람들은 분노와 아픔 등을 정화하고 치유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이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지나치게 권위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권위를 내려놓고 다른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소통을 강조한 교황의 행보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사회적 어른'에 대한 갈망에 대한 반영"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바라보는 교황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교황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각자의 염원이 현실이 되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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