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면담 후 공동연설 "소통과 대화로 정치 분열·경제 불평등 극복해야"

 
【서울=이코리아】조진성 기자 =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다."

프란치스코(78) 교황이 방한 첫날인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한 뒤 공동 연설에서 “나는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할 뿐이다. 그러한 노력만이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교황은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특별히 인내를 요구하는 외교 활동에 종사해 인류 가족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더 큰 도전”이라며 “이는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증진해 불신과 증오의 장벽을 허물어 가는 끝없는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고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 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역설했다. “정의는 하나의 덕목으로 자제와 관용의 수양을 요구한다.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 또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뤄 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며 “우리 모두 평화 건설에 헌신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평화를 이루려는 우리의 결의를 다지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는 점점 더 세계화되는 세상에서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부분 선진국처럼 한국에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있다.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평등, 자연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특별히 배려하라고 권했다.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 줘야 할뿐만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 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방한 기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따로 만난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 해고 노동자 등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할 예정이다.

교황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했다.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이 나라가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연대의 세계화는 모든 인류 가족의 전인적인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의 방한은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가 계기다. “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평화라는 선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성찰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화의 부재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이 땅 한국에서는, 이러한 호소가 더욱 절실하게 들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 없는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교황님을 비롯해서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염원이라고 믿는다”며 “교황님의 방한이 오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반도에 희망의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남북이 대립을 극복하고 전쟁과 핵 위협에서 벗어나서 평화와 화해의 길을 가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 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방한 기간 우리 사회가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도모하고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며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민족이 될 수 있도록 교황님의 기도를 부탁드린다”면서 “교황님의 방문으로 우리 국민들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교황의 청와대 예방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를 비롯해 강우일 주교, 염수정 추기경, 조규만 주교 등 교황 수행원 20여명과 한국 정부 관료와 기관장, 외교사절단 등이 함께했다.

교황은 청와대의 예방을 마치고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이동, 한국주교단을 만나는 것으로 방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국주교단과의 만남은 교황의 국내 첫 사목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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