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김헌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이 캡사이신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자연살해세포의 세포질 과립방출 기능장애를 일으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박소라 기자 imsorapark@ekoreanews.co.kr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암에 걸린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우리 몸의 아군, 즉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결국 위암을 비롯한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헌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이 캡사이신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이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자연살해세포의 세포질 과립방출 기능장애를 일으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13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자연살해세포는 혈액 속에서 떠다니다 암세포를 만나면, 암 세포막에 구멍을 낸 후 세포질 과립을 분비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항암 면역세포이다.

연구진은 여러 암세포를 대상으로 캡사이신의 양을 10μM, 20μM, 50μM, 100μM(마이크로몰·백만 분의 1몰) 등으로 각각 다르게 투여한 후 자연살해세포 활성도를 비교 분석했다.

몰(mole·M)은 아주 작은 입자인 원자나 분자의 양을 재는 단위다.

연구결과 위암 세포 AGS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자연살해세포 활성도(세포질 과립 방출 정도)가 캡사이신 투여 전 15%에서 고용량 50μM을 투여한 뒤 33%나 감소한 10%를 기록했다.

자연살해세포 기능을 측정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혈액암 세포 221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캡사이신 투여 전 32%에서 50μM 투여 후 16%, 100μM 투여 후 4%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저용량의 캡사이신 10μM, 20μM을 투여했을 때에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28%, 27%로 투여 전 32%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캡사이신 자체가 암을 일으키진 않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의 캡사이신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아군의 무기를 망가뜨려 암세포의 발생을 간접적으로 돕는 셈이다.

캡사이신에 의한 자연살해세포 활성 억제에서 사람에 따라 차이는 없었다.

김헌식 교수는 "자연살해세포 활성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고용량 캡사이신에 대한 활성 억제는 공통으로 나타났다"며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캡사이신을 고용량으로 섭취할 개연성이 크다"고 당부했다.

또 캡사이신은 체내 수용체인 TRPV1 단백질과 결합해 항암 활성을 나타나지만, 고용량일 경우 TRPV1과 결합하지 않고 직접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장애를 유도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TRPV1이 부족하거나 민감성이 떨어지는 30대, 40대 이후 성인이 캡사이신을 다량으로 섭취했을 때 암 발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김헌식 교수는 "캡사이신에는 항암, 통증 완화 등 유용한 생리활성성분도 많은 만큼 적당하게 먹으면 좋다"면서도 "지나치게 매운 고추는 피하고, 많은 양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로티어 사업과 선도연구센터 사업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영국의 권위 있는 국제 SCI 학술지 '칼시노제네시스(발암학회지, IF:5.635)'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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