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상장 첫날 이후 평균 25%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십 조원의 공모자금이 몰렸지만 이후 주가는 기대치를 훨씬 밑돌고 있는 것.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명에너지에 이어 보로노이까지 국내 증시 상장을 철회하면서 당분간 IPO시장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전일 금융감독원에 “최근 주식시장 급락 등에 따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와의 협의를 통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미 기관 수요예측에서 상장 계획을 접은 기업이 올해 1분기가 끝나기도 전 벌써 3곳에 이른다. 지난 1월엔 현대엔지니어링이, 2월엔 대명에너지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후, 공모를 철회한 바 있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17곳(스팩 제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주식 시장에 입성한 SK바이오사이언스부터 지난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까지 대표적인 초거대 IPO 기업의 16일 기준 상장 첫날 이후 주가는 평균 24.61% 급락했다. 크래프톤을 제외하고 공모가는 모두 넘었으나 상장일 종가 기준으로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또 절반 이상인 9곳이 16일 기준 공모가를 하회하는 성적으로 장을 마쳤다. 특히 바이오에프디엔씨, 나래나노텍, 애드바이오텍 등도 평균 30% 이상 하락하는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월 20일 상장한 오토앤만 공모가(5300원) 대비 158.49% 수익률을 내며 선전하고 있다.

한편, 3월 셋째 주에는 지투파워, 유진스팩8호가 수요예측에 나선다. 공구우먼과 세아메카닉스는 청약을 진행했다. 넷째 주에는 지투파워, 유진스팩8호, 카움스팩6호가 청약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악재가 겹친 만큼 기업공개(IPO) 시장이 전년보다 침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모가가 공모주의 시장가격보다 높을 때에는 공모주에 청약하여 배정받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게 된다. 이후 투자자들은 공모주 투자에 대한 위험을 높게 평가하고 참여를 꺼릴 수 있는데, 이러한 투자자들의 분위기 속에서 IPO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정 공모가는 IPO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현행 공모가 산정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대만, 홍콩의 IPO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 절차를 모두 마친 후에 공모가를 결정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주관회사는 수일에서 2주간 기관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공모예정가 밴드를 설정하여 3~4일에 걸친 개인투자자 공모를 수행한다. 그런 뒤 주관회사는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 절차를 동시에 마감하고 공모예정가 밴드 내에서 최종 공모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해외 사례에서와 같이 주관회사가 공모가를 결정하기 전에 개인투자자 청약을 하게 되면 개인투자자의 수요까지 포함하여 검토할 수 있으므로 적정한 공모가 결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향후 IPO시장 전망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IPO시장은 기업공개 당시의 시장 분위기(센티멘털)와 기업의 투자스토리가 섞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IPO시장 투자자들의 심리가 공모가에 영향을 주겠지만 특히 중장기적 투자를 고려하는 기관 측면에서 볼 때 특정 기업의 투자매력도가 좋다면 저조한 IPO 시장 분위기에서도 결과가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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