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차기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 백지화, 신규 원전 건설'이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가급적 빨리 착공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와의 에너지 믹스 및 고질적인 폐기물 처리 시설 문제 등은 난관으로 남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 문재인 정부와 가장 크게 방향성이 달라지는 것은 원자력 발전 관련 정책이다. 윤 당선인은 8차 및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취소되었던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원전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윤 당선인의 에너지공약을 주도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당선 확정 뒤 “규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한울 3·4호기의 연내 건설 재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은 7차 계획(2015년)에서 2기가 추가됐으나 8~9차 계획(2017년, 2020년)에서 6기가 백지화됐다. 신한울 3, 4호기의 구체적 목표 가동 시기 및 그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고,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및 실증,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당선인의 ‘K-원전 발전 공약’에 따르면 기저발전원으로서의 원전을 강조한다. 윤 당선인은 원자력 발전 비중 30%를 유지하겠다고 제시했는데, 이는 2017년 이후 평균 26.4%로 낮아진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신규 원전 도입 외에도,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중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라면 연장 운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대로 올리는 공약에 대해 노후 원전의 수명을 늘릴지 아니면 추가로 세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안전성의 문제도 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1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울진에는 이미 6개의 핵발전소가 있고 2개가 가동을 준비 중이다. 이미 너무 많은 원전이 한 지역에 몰려있다. 여기에 추가 원전을 설립하려면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되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폐기물 문제와 더불어 전력을 이동시키는 송전선로 건설 문제도 추가로 발생한다. 선로 없이는 원전을 지어도 송전할 방법이 없다. 현재 울진에서 수도권까지 연결 목표인 500킬로바트 HDVC 송전선로가 건설 예정이나 이 선로가 지나는 예정지인 홍천, 횡성, 평창, 가평 등 지역 주민들과 갈등 중이다. 

차기 정부의 ‘원전 확대론’은 최근 탈원전을 외치던 유럽이 다시 원전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에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에너지기후국장은 “일부 조건부”라며 “프랑스의 경우 원전 비중이 거의 60%가 넘을 정도로 높은 국가다. 그래서 산업 및 경제성의 이유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EU 택소노미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원전이 조건부(폐기물 포함)로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원전은 '양날의 검'이다. 안전한 대신 한번 사고가 나면 피해가 심각하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오염수 반출을 우기는 일본 때문에 한국 등 인접국가들이 환경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16일 후쿠시마 앞바다에 최대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이 한때 사용후연료 수조의 냉각이 정지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다시금 대두됐다.  

일단 원전을 가동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들고, 줄이는 데도 안전성 문제가 발생해 쉽지 않다. 현재도 원전 비중이 커서 재생에너지 공급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태양광이 늘어남에 따라 어쩔 때는 원전의 출력을 줄이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고 다른 해외도 겪는 문제다. 여기에 원전을 더 추가하는 건 미래에 국가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탈탄소가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석탄발전소를 줄이면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 원전 역시 맥락이다. 안 에너지기후국장은 “신한울 3·4호기를 가동한다고 해서 탄소중립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설치기간이 훨씬 짧고, 환경적인 피해도 덜 하기 때문에 결국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밖에 없다”며 지금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 에너지기후국장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핵발전과 석탄발전을 서서히 줄여 퇴출시키는 것이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사실 2080년까지 원전이 있는 정책"이라며 “재생에너지를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끌어올린 다음 원자력과 에너지 믹스를 어떻게 짤지 고민하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안 에너지기후국장은 “무엇보다 핵폐기물 이슈가 가장 큰 문제다. 폐기물을 처분할 공간도 없는데 발전소를 증설한다는 건 무책임하다. 지역의 아파트 건설 개발공약처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원전을 새로 짓는 것보다 원전 해체와 포화에 대비해 관리시설 부지선정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주요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2031년 한빛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될 예정이다. 원전 내부에서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하는 수조가 가득 찬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자체 규제 정비와 건설 기간 등을 감안하면 2025년까지는 임시저장시설을 건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하기 위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마련했지만 환경단체와 관련 지역 주민 등은 극렬하게 반발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에 있어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부지선정조차 못 한 상태라 여기에 대한 의사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자는 “지금 당장 조건으로는 공약 실현이 쉽지 않다”며 “차기정부의 원전 정책에는 구체적인 전략이 아직 없다. 원전 추가 건설은 결국 수용성의 문제인데, 안전성을 담보로 노후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원전 수명 연장의 경우, 기기 교체나 설비 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성이 맞지 않을 수 있고, 폐기물 문제가 제일 크다. 이에 관련해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이 먼저 의사결정을 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원전 추가 설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이다. 

또 관계자는 “10기 원전 수출의 경우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유럽 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가 있지만 해외시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원전을 하려면 기술적으로는 SMR으로 방향을 잡는 게 맞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SMR에 대한 실증을 하려면 원전 추가 건설처럼 실증부지가 필요한데, 이는 또다시 수용성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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