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한 남성이 우리 돈 2600만원 가량의 배터리 교체비용에 불만을 품고 30kg의 다이너마이트로 자신의 테슬라 모델 S를 폭파시켰다. 출처=Pommijätkät 유튜브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지난겨울 한 핀란드 남성이 자신이 타던 테슬라 모델S 차량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킨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2월 18일 유튜브 채널 ‘Pommijätkät(폭탄맨)’에는 핀란드 남부 퀴멘락소에 사는 투오마스 카타이넨이 자신의 2013년형 테슬라 모델S를 다이너마이트 30㎏으로 폭파시키는 모습의 영상이 올라왔다.

카타이넨은 자신의 차량 계기판에 오류가 뜨는 등 고장이 나서 서비스 센터에 차를 한 달 가량을 입고시켰다. 센터 측은 배터리셀을 전부 교체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테슬라 모델S의 배터리셀 교체 비용이 무려 2만유로(약 2680만원)가 나온 것. 

테슬라는 모델S의 경우 8년 또는 주행거리 24만㎞까지 배터리를 보증한다. 하지만 구매한 지 8년이 넘었거나, 정해진 주행거리를 초과했을 경우 배터리 무상교체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카타이넨은 보수 대신 폭발물 전문가의 힘을 빌어 '차량 폭발'이라는 선택을 했다. 그는 이 영상을 통해 전기차 유지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알리고 싶었다고. 

최근 전기자동차의 수요가 늘면서 수리 및 보수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전기차 차주들이 늘고 있다. 전기차 평균 수리비가 내연기관차 대비 훨씬 비싼데다 보험료도 인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의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적지만 단가와 수리비는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발간한 ‘전기차 확산에 대응한 보험상품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평균 수리비는 내연기관차가 181만원인데 비해 전기차는 237만원으로 전기차가 약 31%가량 높았다. 그중에서도 부품비는 전기차가 146만원, 내연기관차 97만원으로 전기차가 약 50% 높았다. 

전기차에만 장착되는 충전모듈은 외장부품에 장착·연결되어 사고 시 손상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엔진룸 주요부품은 전기차(모터감속기·정션박스 등)가 내연기관(엔진·트랜스미션 등)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이 높아 엔진룸 손상범위가 동일하다면 전기차 수리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9~2020년 기준 전기차 자차담보 손해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약 10%포인트 높으며, 대당 손해액도 2018년 9만4000원에서 2020년 14만2000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보험료의 경우 벤츠 E 클래스의 평균 보험료는 86만~165만 원인 반면, 전기차 테슬라 모델 3의 보험료는 130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23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동차의 가격은 비슷하지만 보험료는 전기차인 테슬라가 훨씬 비싼 것이다.

특히 고전압배터리는 심각하지 않은 손상인 경우에도 수리기술·장비, 대체품의 부재 등으로 인해 신품으로 교환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경우 상당한 추가비용(감가상각비)을 보험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개발원은 “고전압배터리의 수리가 보편화될 때까지 보험가입자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배터리 교체시 감가상각비를 보상해 보험가입자의 부담비용이 없도록 하는 등의 관련 특약 같은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수리비가 차량가액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차량가액 한도를 기존 내연기관보다 높인 특약을 일부 보험사에서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험 업계는 전기차의 높은 수리비로 인해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 등으로 인한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다며 보험료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한 대당 보험사 손해율이 매년 상승해 지금은 내연기관차보다 10%가량 높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전기차 수요에 비해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정비소가 전체 정비소의 3%밖에 되지 않아 돈이 있다 하더라도 수리를 못 받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 수리비가 높게 나오는 데다 아직 인프라도 덜 구축돼 있어 부대비용도 더 많이 들기 때문인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오면 수리비가 덜 나오지는 않을까. 

이미 내연차도 모듈화로 인한 단가상승 시대는 온 상황이라, 똑같이 모듈화 상황이면 전기차가 나은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단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배터리가격이 비싼 건 수요 대비 공급이 안 되면서 생산단가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전기차가 보편화되고 공임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가정 하에 전기차의 전반적인 부품의 가격도 평준화되고 수리비도 낮아질 것으로 본다. 반대로 내연기관은 수요가 적을 테니 당연히 수리비가 비싸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해도 보증기간 후 소비자의 부담은 여전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무빙 파트(moving parts)가 적기 때문에 고장발생빈도가 내연차와 동일하다고 볼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통상적인 정비소에서 수리하기 까다로운 전기전자 장치가 많고, 기능 단위로 통합 출고되는 부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 설계 품질에 따라 보증기간 이후에 소비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장발생빈도(확률)와 고장발생시 수리비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데 전기차의 고장발생빈도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완성차 기업들의 경우 특정부품에 대해 보증기간을 달리 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전기차는 고가의 프리미엄 자동차로 포지셔닝하고 있는데 수리비는 대체로 차량 가격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소비자가 그 부분을 인식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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