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검찰견제’의 공 대신 수사능력 비판에 대한 과를 따지는 것은 성급하며, 정확한 평가를 위해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또 수사 인력 확대, 공수처 내 시민참여기구 설치 등 입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지미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공수처가 수사를 본격 시작한지 8개월여에 지나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면서 “특히 검찰 견제기능이나 기존의 수사-기소 관행에 대한 비판적 준거, 인권친화적 수사제도 도입 노력 등은 '공'으로, 압수수색 절차 등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 등은 '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쉬운 예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 사건을 '1호사건'으로 택한 점을 꼽았다. 전형적 부패범죄로 보기도 어려워 굳이 공수처가 담당해야 했냐는 것이다. 

공수처의 문제점으로는 수사인력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한 ‘미니공수처’를 꼽았다. 

오 소장은 “현재 공수처의 사건처리율은 약 74.77%로, 조직구성이 안 된 상태에서도 처리 자체는 신속하게 하고 있다”면서도 “자체 수사관보다 파견인력이 더 많다. 현재 수사에 모든 인력이 투입되어 있는 상태이며, 향후 공소가 제기되면 일부 인력은 공소에 전념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 비리라는 난이도가 높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 파견인력 현황. 출처= 참여연대, 2022년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관 예산안 검토보고, 20쪽

2022년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관 예산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공수처에 파견된 인원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행정인력 10명, 수사인력 40명 등 50명에 육박한다. 검찰 수사관 포함 자체 수사관 40명보다 많은 인원이다. 

현재 공수처 인력확충을 위해 관련 입법안은 3개가 발의 중이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이수진 의원안의 경우 수사처 수사관 정원을 50명 이내로, 행정직 직원 정원을 40명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 소장은 “공수처의 수사대상, 대상범죄는 수사 개시여부와 수사결과를 놓고서 정치적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가 정치적 공방의 한 가운데 놓이는 것은 수사대상과 대상사건유형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것이 공수처가 수사를 잘못해서이거나 잘못된 조직이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수사기관 간 3자 협의체(공수처-검찰-경찰)가 제대로 소집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수사대상과 기소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한 근본적인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의 인적, 물적 자원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 소장은 “대다수 사건이 현재까지 수사 중인 사항들이 공개되고 있지 않으나, 그것이 수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재미있는 건 사찰 논란이후 정치적 중립성보단 수사무능론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공수처 내부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성 공격은 공수처를 진짜 흔드는 목적도 있겠지만 나중에 수사결과를 부정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에 대해 근거 있는 비판이 필요하며, 이것은 공수처뿐만 아니라 한국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법 제정 과정은 물론 처장 임명 등의 설치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그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수처의 수사 의지와 역량 등의 미흡함 또한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특히 사찰 논란이 불거졌던 통신자료제공과 관련해 민주사회에서 보도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므로 최소한 공수처장이 통신자료조회의 이유와 결과에 대해 설명했어야 마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고 임의 제출받은 자료에 의존한 것은 ‘독립적인’ 공수처의 정체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한 교수는 “25명 검사와 40명 수사관으로는 역량이 모자랄 수 밖에 없다”면서 “공수처의 수사 역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검찰,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성하고 수사 인원을 확대해야 하며 무엇보다 국회에 정례적으로 보고해 국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외부인사 참여 등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미디어 및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공수처장의 정례적인 언론브리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수는 “그간 수사관련 보도자료가 단 4건에 불과했다”면서 “공보 대변인이 원고를 읽는 게 아니라 공수처장이 직접 나와서 언론이나 시민들에게 수사과정을 설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이후 공수처는 자기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수처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민변 사법센터 검경개혁소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는 “‘위기’는 아니지만 공수처가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가시적인 성과 없이 1년이 지난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치권력으로부터 수사와 기소의 독립성을 지켜내면서도 공수처 사무에 관한 조정과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혐의에서 벗어나고 공수처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게 자명한 만큼 공수처가 실력을 키우고 보다 철저한 적법절차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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