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이 역대급 청약 흥행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반대로 모회사인 LG화학 주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 사업부가 물적분할 이후 상장됨에 따라 모회사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8~19일 이틀간 진행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역대 최고인 114조1066억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공모금액은 12조7500억원으로 지난해 국내 증시 전체 공모금액의 60% 수준이다. 공모가인 30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시가총액은 약 70조원으로 모회사인 LG화학의 시가총액 49조원(21일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던 주주들에게 LG엔솔의 청약 흥행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실제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LG엔솔의 상장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LG화학 주주들이 적지 않다. 한 투자자는 “모회사 시총이 50조인데 자회사 시총이 70조가 넘는 게 말이 되나”라며 “부동산 쪼개기보다 주식 쪼개기가 더 무섭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기업들의 무분별한 물적분할을 막아야 한다며 ‘LG화학법’을 만들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998년 국내에 처음 기업분할이 도입될 당시의 취지는 수익성 낮은 사업부문을 분리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구조조정을 활성화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내 핵심 사업부를 분리해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유행하고 있다. 경영권은 지키면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모회사 주가가 저평가될 위험이 큰 데다, 물적분할은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도 부여하지 않기 때문.

실제 지난해 7월 한때 17만원대에 근접했던 카카오의 경우, 금융자회사인 카카오뱅크(8월 6일)와 카카오페이(11월 3일)를 연달아 상장한 이후 상승 동력을 잃은 채 20일 종가 기준 9만2300원까지 급락한 상태다.

한국조선해양 주가 또한 현대중공업 분할 상장 후 내리막을 탔다. 상장 전날인 지난해 9월 16일 11만8500원이었던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현대중공업 상장 후 불과 8거래일만에 9만원대로 하락했다. 이후에도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 한국조선해양은 21일 낮 12시 현재 8만9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LG화학 본업의 가치가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첨단소재 사업의 투자 모멘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있어 LG화학은 배터리가 아니어도 충분히 바쁘다”며 “LG화학의 지분가치로는 이미 경쟁사 대비 50% 이상 낮게 반영되어 있어 상장은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재평가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LG화학 주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 일반 공모주 청약이 다가오면서 증권가에서는 대부분 LG화학 목표주가를 대거 하향했다. SK증권(110만원→84만원, -23.64%), BNK투자증권 (130만원→100만원, -23.08%), 삼성증권(105만원→83만원, -20.95%) 등 20% 이상 목표주가를 하향한 증권사도 적지 않다. 

이처럼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은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소액주주들에게 전가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이사는 주주와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상법을 개정해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으로 인해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한 물적분할 뒤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신주인수권 ▲공모주 우선배정 ▲주식매수청구권 등의 혜택을 제공해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후보들도 ‘쪼개기 상장’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에 응답하고 있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발표한 자본시장 관련 공약에서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겠다며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공모주 우선배정을, 윤 후보는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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