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에서 고객들이 투자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에서 고객들이 투자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일정이 오늘(18일)부터 시작된다. ‘따상’(공모가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을 노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자금이 대형 공모주에 과도하게 몰리면서 증시 전체에 미치는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화학이 지난 2020년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이어 세계 2차전지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상장을 앞두고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4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는 국내 기관 1536곳, 해외 기관 452곳 등 총 1988개 기관이 참여해 최종 경쟁률 2023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최상단인 30만원으로 확정됐으며, 전체 주문 규모만 1경5203조원에 달한다. 

국내 IPO 역사상 ‘경’ 단위의 주문 규모가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기관투자자는 청약증거금을 내지 않는 만큼 주문 규모가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셈이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코스피에 수급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가 최상단인 30만원으로 결정되면서 공모액 또한 무려 12조7500억원까지 치솟았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까지 이번 IPO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른 종목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실제 기관은 올해 들어 LG엔솔 상장을 앞두고 기존에 보유 중인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11거래일동안 5조7659억원을 순매도했는데, 특히 기관 중에서도 증권사등 금융투자회사의 매도 규모는 3조9108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사가 배당기준일 이후 매도로 돌아서는 것은 연례행사지만,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IPO를 앞두고 기관이 기존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지수 또한 연초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2988.77로 새해를 시작한 코스피는 17일 2890.10까지 3.3% 하락했다. 미국발 긴축우려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결정,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지만 대형 IPO의 영향도 코스피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지수 및 시총 추이. 자료=한화투자증권
코스피 지수 및 시총 추이. 자료=한화투자증권

이론적으로는 신규 기업이 상장한다고 해서 지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코스피는 기준일(1980년 1월 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의 시가총액 대비 현재 시가총액의 비율을 통해 산출하는데, 신규 기업이 상장하거나 기존 기업이 상장폐지될 경우 지수에 영향이 없도록 기준일의 시총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수와 시총이 꼭 함께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신규 상장된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기존 주식을 매도하면서 증시 전체의 수급에 부담이 갈 수 있는 데다,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이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경우 모회사에 지주사 할인이 적용될 수도 있다. 게다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이 활발하지 못한 국내 증시에서 대형 IPO가 이어질 경우에도 지수가 시총을 따라잡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실제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SKIET 등 대형 IPO가 연이어 시행됐던 지난해에는 코스피 지수와 시총 간의 탈동조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종가 기준 코스피 시총은 2203조원으로 전년(1980조원) 대비 11.3% 증가했으나, 지수는 2873.47에서 2977.65로 3.6% 상승하는데 그쳤다. 2020년 코스피 시총과 지수가 각각 34.2%, 30.8%로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의 공모 규모가 17.2조원까지 늘어나 증시 수급에 영향을 미친 것이 지수와 시총의 괴리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금액은 12조7500억원으로 지난해 코스피 전체 공모금액의 74%에 해당할 정도로 덩치가 크다는 것이다. 당장 코스피 전체는 물론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2차전지 관련주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섹터에서 가장 큰 주식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으며 상장할 때, 약 상장 2주 전까지는 같은 업종의 주식들이 오른다. 2주를 남겨 놓은 시점부턴 새로 상장되는 주식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종목들의 주가는 내린다”며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이 상장하면 다른 종목들의 수급을 빨아들이면서 다른 종목들의 매기가 약해지고 시세는 대표주에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이브 상장 당시 SM, YG, JYP 등 엔터업종 주가나 크래프톤 상장 당시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업종 주가는 상장 직전과 직후 주가가 하락하다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때문에 대형 IPO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큰 시기를 오히려 투자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다음 주부터 배터리 섹터는 LG엔솔 상장을 얼마 안 남기고 약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LG엔솔이 상장하는 1월 말은 KOSPI와 지수 관련 대형주의 수급 부담이 정점을 이루는 시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때를 주가지수와 대형주의 매수 적기로 삼아 비중을 늘려 보는 건 해볼 만한 베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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