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및 카카오뱅크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4대 금융지주 및 카카오뱅크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미국의 조기 긴축 우려로 인해 코스피가 연초 하락세를 피하지 못한 가운데 은행주는 유독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2988.77로 소폭 상승하며 출발했던 코스피는 11일 2927.38까지 61.39포인트(2.05%)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조기 긴축 가능성이 언급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특히 기술·성장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지만, 은행주는 오히려 역주행을 하고 있다. 실제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연초 대비 4~13% 가량 올랐다. 특히, 우리금융은 3일 1만2800에서 11일 1만4550원으로 주가가 13.7%나 급등하며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완전민영화 이후 비은행 부문 확장 계획, 우리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케이뱅크의 상장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오히려 다른 금융지주보다 은행부문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의 수혜를 더 크게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KB금융 또한 3일 5만5300원이었던 주가가 11일 6만원까지 8.5% 오르며,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에 내줬던 금융주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날 종가 기준 KB금융의 시가총액은 24조9485억원으로 카카오뱅크(23조4491억원)를 앞섰다. 

은행주가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급등한 성장주에게 미국의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는 치명적이지만, 금리가 오르면 예대마진이 확대돼 수익이 늘어나는 은행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라는 것.

실제 지난 2017~2018년 미국의 금리 상승기에도 국내 은행주는 상당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또한, 오는 14일 열리는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여, 은행주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은행주가 저평가돼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KRX은행지수의 PER(주가수익비율)은 5.36으로 KRX증권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7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업종의 성장·혁신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낮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주요 은행이 모두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 배당성향이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저평가라는 것. 

다만 은행이 정부의 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라는 점은 변수다. 실제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로 관리하겠다며 지난해보다 강화된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제한될 경우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주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3일 5만9100원에서 11일 4만9350원으로 16.5%나 하락했다. 모회사 카카오의 실적 부진 전망에 이어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처분 이슈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다른 은행주와 달리 상승세를 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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