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경. 시계. 직물 위에 시곗바늘+무브먼트. 25*25cm.
서은경. 시계. 직물 위에 시곗바늘+무브먼트. 25*25cm.

 

동쪽으로 가지 말고
서쪽으로 가라고 합니다.
북쪽으로 머리를 삼가고
남쪽으로 다리를 뻗으라 합니다.
가슴에는 불을 기르지 말고
물을 안으라 합니다.
예쁜 꽃을 보면 꺾지 말고
향기만 맡으라 합니다.
급해도 급해도 뛰지 말고 
살짝 돌아가라 합니다.

가다가 사람을 만나면 안부를 물으라 하고
땅은 막혔으나 하늘은 뚫렸다고 합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보통은 말 함부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역으로 긍정적으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보고 “그놈 참 장군감이야”라고 읊어주었더니 진짜 장군이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이지요. 이것을 ‘자기충족적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 법칙/케이앤제이/2011』 (정성훈)

새해에는 너나 나나 재미로 『토정비결』을 봅니다. 조선 시대 이지함이 지었다는 점복서입니다. 이것으로 한해의 운수를 미리 알아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한해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절대부정, 절대긍정이 아니라 『토정비결』은 금기와 금지, 충고와 동시에 격려와 행운, 희망의 말로 적당하게 버무려 있습니다. 세상은 길흉화복, 흥망성쇠의 이치에 있다고 넌지시 말합니다. 

『토정비결』에는 운수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고 합니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으니 선택은 우리가 하라는 말이지요.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믿고 소망하는 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세상살이가 아무리 각박해도 『토정비결』은 ‘땅은 막혔으나 하늘은 뚫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토정비결』은 예언서가 아닌 심리상담서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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