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의 모습.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가시나무의 모습.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코리아]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겨울이 되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강한 바람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 한파를 맨몸으로 견디고 살아가는 나무들에게는 생존과 연계된 매우 중요한 환경 요소이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대부분의 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한여름 풍성하게 달고 있던 나뭇잎을 떨어트리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모습으로 변한다. 잎이 뾰족한 소나무, 잣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겨울에도 잎을 맺고 있지만, 잎이 넓은 활엽수는 가을에 멋지게 단풍이 든 잎들을 떨어트린다. 이러한 나무의 생활사를 기준으로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는 상록수와 잎을 떨어트리는 낙엽수로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포함한 남부 지방에는 겨울에도 푸르른 잎을 달고 있는 활엽수를 만날 수 있는데, 오늘 소개할 가시나무도 그중 하나이다.

가시나무 하면 나에게는 ‘가시나무’라는 가요가 생각난다. 노래에서 나오는 가시나무처럼 ‘가시나무’라고 하면 찔레꽃처럼 가지마다 많은 가시가 달린 뾰족뾰족한 나무가 연상되지만, 사실 오늘 소개할 ‘가시나무’에는 이러한 가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시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잎이 바람에 떨리는 모습 ‘가서목(哥舒木)’에서 변했다는 설과 일본어로 가시나무를 ‘シラカシ(시라가시)’라고 하는데 열매를 ‘가시’라고 하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가시나무는 도토리 모양의 열매를 맺는 참나무의 한 종류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와 친척 관계에 있는 나무인 셈이다. 참나무 종류라고 알 수 있는 형태적인 특징은 도토리 모양의 열매와 함께 기왓장을 겹겹이 쌓아놓은 겨울눈의 모양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낙엽성 참나무와 구별되는 특징은 상록성이라는 것과 더불어 열매의 밑부분을 받치고 있는 컵 모양의 각두에 있는 무늬이다.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낙엽성 참나무의 각두는 오돌토돌한 무늬가 있는데, 가시나무와 같은 상록성 참나무는 나이테 모양의 무늬가 있는 점이 다르다.

가시나무의 잎.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가시나무의 잎.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출처 들꽃세상)

가시나무와 유사하지만, 잎이 넓고 잎의 상반부에만 톱니가 달린 것이 특징인 종가시나무가 있다. 종가시나무도 가시나무의 특징인 기왓장이 겹겹이 쌓인 모양의 겨울눈과 나이테 모양의 각두가 발달한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종가시나무를 영어로는 ‘Ring-cupped oak’라고 부른다.

종가시나무는 반들반들하고 넓은 잎이 조밀하게 발달하고 나무의 모양이 아름다워 조경수로 가치가 높다. 그뿐만 아니라 공해에도 강하여 활용도가 높은 수종이다. 또한, 바닷바람에 견디는 능력인 내조성과 내염성도 강해 일반적으로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해안가에도 식재가 가능한 매력적인 나무이다.

종가시나무의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종가시나무의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출처 들꽃세상)
종가시나무의 겨울눈.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종가시나무의 겨울눈.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출처 들꽃세상)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가시나무 종류 중 가장 북쪽 지역까지 자라는 나무로 붉가시나무가 있다. ‘붉가시나무’라는 이름은 목재가 붉은빛을 띠는 가시나무 종류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붉가시나무는 가시나무 종류 중 추위에 견디는 능력인 내한성이 강하여 우리나라의 전라남도 함평 지역까지 자란다.

특히 함평 기각리에 자라는 붉가시나무는 자생지 중 북쪽 한계 지역에서 자란다는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천연기념물 제110호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다. 붉가시나무는 종가시나무와 비슷하게 잎이 넓은 특징이 있는데,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는 매끈한 모양으로 톱니가 발달한 종가시나무와 차이가 있다.

붉가시나무의 목재(붉은빛을 띤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붉가시나무의 목재(붉은빛을 띤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출처 들꽃세상)
붉가시나무의 열매(미성숙).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붉가시나무의 열매(미성숙).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출처 들꽃세상)
붉가시나무(천연기념물 제 110호).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붉가시나무(천연기념물 제 110호).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붉가시나무의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붉가시나무의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는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상록성 참나무로서 우리 땅을 지키는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사시사철 반들거리는 푸른 잎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도토리 모양의 열매는 관상 가치가 높고, 그중 붉가시나무는 목재가 무겁고 질감이 좋아 용재수로서의 가치도 높다. 한겨울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푸르름이 매력적인 가시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정성 어린 관심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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