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우리나라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향후 중국 생산자물가 및 수출물가가 장기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경우 대중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물가에 대해 적지 않은 상방압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구성 생활용품이 가장 물가영향을 많이 받아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자극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9일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12.9%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월 증가율인 13.5%보다는 밑돌았지만 시장 예상치인 12.4%는 상회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단가(달러화 기준) 상승률은 12.6%에서 24.8%로 2배 가량 뛰었다. 

특히 11월 들어 생산자물가 급등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전이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통상 원자재, 중간재, 제품 출고가를 반영하는 PPI가 지속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친다.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지난해 8월(2.4%)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장 전망치 2.5%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10월(1.5%)보다는 0.8%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은 29일 BOK 이슈노트 '대중 수입구조를 고려한 중국 물가의 국내물가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 생산자물가와 수출물가가 장기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에 적지 않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은 중국, 미국, 일본이다. 그 중 2020년 기준 중국과의 무역 규모는 2415억달러로 미국(1316억달러)과 일본(711억 달러)의 합계보다 많아 중국 의존도가 약 25%로 높은 실정이다.  

자료=한국은행
중국 물가의 국내 소비자물가 파급경로. 자료=한국은행
대중 수입소비재 품목. 자료=한국은행
대중 수입소비재 품목. 자료=한국은행

중국 물가의 국내 소비자물가 파급 경로는 대중 수입소비재를 통한 직접 경로와 제3국 생산자 또는 국내 생산자의 소비재 생산에 투입되는 중국산 중간재를 통한 간접 경로로 구분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가공무역 억제 정책 등으로 중국의 소비재 수출비중이 줄고 중간재 수출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이 같은 직·간접경로(396억달러)를 통해 국내 소비재로 최종 귀착되는 수입액 중 중간재를 통한 간접경로(55억달러+172억달러)의 비중이 57%에 달했다. 

내구성 생활용품이 가장 직접적인 물가 영향을 받는 대중 수입소비재 품목으로 꼽혔으며, 23%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음식료품 19%, 가전 16%, 의류 16% 순으로 조사됐다. 아세안 국가 가공을 거쳐 들어오는 소비재 품목으로는 의류 32%, 음식료품 24%, 가전 12%, 신발 11% 순이었다. 

이에 대중 수입 소비재나 중국 및 아세안 5개국에서 수입한 소비재 중에서는 생활용품, 음식료품 등의 수입단가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로 올해 들어 크게 상승하면서 관련 품목의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폭도 확대된 것으로 보고서는 파악했다. 

음식료품은 작황부진, 물류차질, 비료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농산물을 중심으로 대중 수입단가가 치솟았다. 보고서는 “중국산 농수산물이 주로 가공식품 원재료, 단체급식 및 외식업체 식자재 등으로 사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대중 수입음식료품가격은 국내 가공식품가격과 외식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가전과 의류도 부품공급 차질, 물류난 등으로 수입단가가 오르면서 점차 국내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중간재 투입 국산소비재로는 전자·광학, 화학, 금속 업종 중간재가 있으며, 주로 자동차, 가전 등의 국산 소비재 생산에 투입된다. 보고서는 “석유류, 곡물 등과 달리 동 국산 소비재는 다양한 중간재 투입과 복잡한 생산단계를 거치므로 상대적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전가 정도가 뚜렷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보고서는 향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공급병목 현상 장기화 등으로 중국 생산자물가와 수출물가가 장기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경우 대중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물가도 상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특히 중국 및 아세안5개국으로부터의 수입 소비재가 구입빈도가 높은 생필품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물가의 높은 오름세 지속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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