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는 29일 오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는 29일 오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신한은행이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월계동지점 폐쇄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지역주민들은 신한은행의 양보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은행권의 점포폐쇄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이 출장소와 디지털 라운지가 공존하는, 신한은행 최초의 금융채널인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해당 지점을 내년 2월 폐쇄하고 대면 창구 없이 비대면 화상서비스만 제공하는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할 방침이었으나,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반대가 높아지자 직원이 상주하는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고 의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주신 주민들과 한발 물러나 대안을 만들어준 신한은행 측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월계동지점을 둘러싼 논란은 신한은행의 양보로 진화됐지만, 이번 사건이 은행권의 점포폐쇄라는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실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KB국민·NH농협은행·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이 폐쇄한 점포(출장소 포함)는 총 179곳이나 된다. 연말까지 폐쇄가 예정된 지점 72곳을 더하면 올해만 총 251개의 점포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은행권의 점포폐쇄 속도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더욱 빨라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8~2019년에는 각각 23개, 57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으나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무려 304개의 점포가 영업을 종료했다. 올해도 200개 이상의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대면 영업을 축소한다는 은행권의 방침은 더욱 확고해지는 추세다. 

이처럼 은행권이 점포 폐쇄를 서두르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 때문이다. 점차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지만 유지비는 높은 대면 창구를 축소하고 비대면 영업에 집중해 효율적인 경영을 추구하겠다는 것. 대신 줄어드는 점포는 실제 직원 없이 인공지능(AI) 행원이 배치된 디지털 점포로 대체해 오프라인 서비스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달 말 기준 AI행원 72대를 66개 영업점에 보급했으며, GS리테일과의 협업을 통해 편의점 GS25에도 디지털 데스크를 설치했다. 

문제는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높지 않아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고령층이나 장애인, 금융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의 거주자 등 금융취약계층이다. 상대적으로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서비스 이용률이 낮은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점포 폐쇄에 따른 대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은행 간의 협업을 통해 공동점포를 운영하는 것이다. 여러 은행의 대면 창구가 한 점포에 설치된 공동점포를 통해 대면 창구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줄이면서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은행이 협업해 공동점포를 운영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공동점포 ‘비즈니스 뱅킹 허브’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일반 고객 대상 공동점포 ‘뱅킹 허브’가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일본 또한 치바은행과 다이시은행, 무사시노은행이 협약을 맺고 공동점포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0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과 함께 ‘은행공동점포 시범운영검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금융위원회 또한 지난 22일 발표한 ‘2022 정부 업무보고’에서 우체국에 은행 업무를 위탁하고 편의점·백화점을 통해 현금 인출, 거스름돈 입금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공동점포 운영방안의 밑그림은 나오지 못한 상태다. 은행마다 원하는 공동점포의 형태가 다른 데다, 비용 분담이나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의 문제는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동점포에 입점한 은행들의 금융상품이 비교되면서 경쟁이 격화될 우려도 있다. 

한편 고용진 의원은 신한은행이 월계동지점을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하기로 한 것에 대해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소비자와 업계의 좋은 상생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과 ‘금융접근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상생모델’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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