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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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 또한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 방향을 정반대로 돌리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를 인하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월(연 3.85%) 대비 0.05%포인트 낮은 연 3.80%로 발표했다. 5년 만기 LPR은 연 4.65%로 동결했다.

인민은행이 LPR을 인하한 것은 약 20개월 만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2월과 4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19 타격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통화정책을 펼쳤던 반면, 최근에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인상에 대비하기 위한 금리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선택한 인민은행의 조치는 대조적이다.

실제 영국 영란은행(BOE)은 지난 16일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0.25%로 0.15%포인트 인상하며 시장의 기대와 달리 3년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바꿨다. 하루 뒤인 17일 러시아 중앙은행 또한 기준금리를 7.5%에서 8.5%로 1.0%포인트나 인상했다. 

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또한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지난 27일 발표한 ‘2022년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은 2022년 3월 테이퍼링을 완료한 이후 단기간 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발표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비교적 빠른 속도로 추진할 것”이라며 “빠르면 내년 하반기 중 양적 긴축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처럼 통화정책의 방향키를 ‘완화’에서 ‘긴축’으로 돌리는 이유는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는데, 이는 39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영국 또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대폭인 5.1%를 기록했다.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양적완화의 부작용이 경기회복보다 먼저 찾아오고 있는 셈. 과거 물가상승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던 연준은 지난 15일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 속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물가상승보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로 급격하게 주저앉고 있다. ‘헝다발 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여파가 관련 기업에게 확산되면서, 그 영향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 

중국 정부로서는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최근의 경기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실제 중국 사회과학원은 내년 중국 경제가 지난 30여년 중 가장 낮은 5.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민은행이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금리를 소폭 인하한 것은 경기부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의 금리 역주행은 한국 경제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신호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중국 통화정책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 통화정책 완화 충격은 무역경로 중 수직적 무역통합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을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의 규모도 늘어난다는 것. 

한국은행은 또한 중국의 금리인하로 인해 중국 내 자산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투자금이 주변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중국 내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중국 자본시장의 대외개방도가 아직은 낮은 수준이어서 중국 통화량 증가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직접적 대체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실제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발표 후 코스피는 20일 2975.03에서 27일 2999.55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쳐 극적인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주요국과 달리 ‘나홀로 인하’를 단행한 중국의 결정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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