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관련 중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승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로써 주요 8개국 반독점 심사를 마쳐 본격적인 인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미국·유럽·영국·대만·브라질·싱가포르에서는 승인이 이뤄졌지만, 중국에서만 유독 길어지는 상황이었다. 인수가 완료되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업계 2위 자리를 놓고 다툴 전망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시장 1위는 점유율 34.5%를 기록한 삼성전자, 2위는 키옥시아 19.3%다. SK하이닉스는 13.5%로 3위였지만 인텔의 점유율 5.9%를 흡수하면 키옥시아를 근소한 차이로 넘어서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시장에서 교섭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 시장에 비해 경쟁이 치열한 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의 약 97%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인텔 등 6개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시장 경쟁이 5자 구도로 좁혀지면 교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추진 중인 합병도 성사된다면 교섭력 강화 효과가 커질 수 있다.

2021년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 사진=트렌드포스

SK하이닉스는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게 됐지만 중국이 단 전제조건은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승인하면서 조건 6개를 제시했다.

조건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제3자 경쟁사의 기업용 SSD 시장 진출을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다. 경쟁사가 어느 곳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기업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PC·모바일 및 서버 주요 부품인 프로세서·D램·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중국은 자국 제조업 부흥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특히 기업용 SSD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PC·모바일 대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욕심을 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금융투자업계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23일 “SK하이닉스는 해당 인수를 통해 약점으로 지적받던 낸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고정비 비중이 높은 메모리 산업 내 규모의 경제 실현도 가능하다”며 “인텔의 우수한 컨트롤러 기술을 취득하고, 인텔의 서버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수 대금 납부로 생기는 막대한 현금 유출을 메울 사업 전략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8조 원가량의 인수 대금 납부가 이뤄지면 순부채 규모가 11조 원으로 급등해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향후 점유율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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