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ESG 포털
국내 금융지주사의 ESG 등급. 자료=ESG 포털

[이코리아] 금융권 첫 공공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플랫폼이 지난 20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ESG 논의가 점차 확산되면서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도 함께 고려한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어, ESG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는 ‘ESG 포털’의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 'ESG 포털' 속 금융지주 위치는?

ESG 포털은 ➀ESG 소개 ➁ESG 기업정보 ➂ESG 통계 ➃자료실 등의 4개 메인메뉴와 15개 서브 메뉴로 구성되어 있어, ESG의 개념과 최신동향 등 기본정보부터 상장기업의 ESG 평가등급, ESG 통계 등 실제 투자에 유용한 데이터까지 망라하고 있다.

특히 기업정보 메뉴에서 관심 있는 기업을 검색하면 해당 기업의 ESG 등급 변화 추이와 ESG 보고서뿐만 아니라 SRI(사회책임투자) 채권 및 재무정보, 오염물질 배출량 및 에너지사용량, ESG 관련 최신 뉴스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새로 개설된 ‘ESG 포털’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국내 기업들의 ESG 성적표는 점차 나아지고 있는 편이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등급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를 받은 기업도 없고 A+를 받은 기업도 지난해 16개(760사 중 2.1%)에서 올해 14개(765사 중 1.8%)로 소폭 감소했지만, A등급을 받은 기업은 92개(12.1%)에서 171개(22.4%)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D 등급을 받은 기업도 22개(2.9%)에서 12개(1.6%)로 감소하는 등 낮은 등급의 기업 비중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금융권의 ESG 성적표는 어땠을까? ESG 포털에서 국내 10개 금융지주의 ESG 등급을 검색한 결과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9개 지주사 중 절반 이상인 5개사(신한, KB, BNK, DGB, JB)가 A+등급 이었으며, A등급(우리, 하나)과 B+등급(한국, 메리츠)이 각각 2개였다. 

또한, 국내 금융지주사 중 MSCI 평가 대상인 5개사의 성적은 AA 2개(신한, 우리), A 2개(KB, 하나), B 1개(한국) 등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매출 100대 기업 중 지난해 최고 등급인 AAA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으며, AA도 3개에 불과했다. 

올해 ESG 종합등급(KCGS)이 A+인 국내 기업 14개 중 36%인 5개사가 금융지주라는 점, 대부분이 A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 MSCI에서 AA 등급을 받은 국내 기업이 대부분 금융지주사라는 점은 금융권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전반적으로 ESG 경영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금융지주, ESG 경영 앞서는 이유는?

실제 금융권은 최근 들어 ESG 경영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특히 KB금융은 지난해 3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 경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겼다. 이를 시작으로, 현재는 10개 금융지주사 중 메리츠·한국금융지주를 제외한 8개(KB·신한·하나·우리·JB·BNK·DGB) 지주사가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선언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제조업 등 당장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금융권의 경우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 대한 신규 금융지원을 중단하는 방식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지주는 오는 2050년까지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 비중을 ‘제로’(0)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반대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재생에너지 등 ESG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점차 늘려나가는 추세다. KB금융은 오는 현재 20조원 수준인 ESG 상품 및 투자·대출 규모를 2030년까지 5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또한 화석연료사업 관련 대출을 회수해 수소,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 내실 없는 '그린워싱' 주의해야

이처럼 금융지주사가 다른 국내 기업에 비해 ESG 경영에 한발 앞서나가고 있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ESG 평가방식과 기관이 다양한 만큼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는 데다, 자칫 내실 없는 ‘선언’에 그칠 경우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금융사가 ESG 경영에 나섰다가 오히려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곤란을 겪은 사례는 흔히 발견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글로벌 금융회사의 그린워싱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도이치뱅크 계열 운용사인 DWS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규모를 부풀리기 위해 ESG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펀드를 ESG 상품으로 공시했다가 적발돼, 지난 8월부터 미·독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HSBC 또한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하면서 화석연료 파이낸싱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은 빠뜨려, 기관투자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국내 금융권도 그린워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사의 ESG 등급은 높은 편이지만, 아직 ESG 포털에서 확인할 수 없는 계열사의 성적표는 낙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금융지주사의 증권계열사는 최근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회사채 인수에 관여했다가 환경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주사 차원에서 탈석탄을 선언했음에도 계열사가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내 금융지주사가 높은 ESG 등급에 걸맞는 내실을 다져 '그린워싱'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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