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제로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신금리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무조건 2%’라는 파격 조건으로 앞서나가던 후발주자 토스뱅크가 예금액 상한선을 설정하며 한발 물러선 사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연이어 금리 인상에 나서며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 10월 출범 당시 예금액 규모나 납입 기간과 관계 없이 입출금계좌에 연 2.0%의 이자를 적용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고객 유치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대출총량 규제로 여신 규모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역마진이 발생하자 결국 이달 들어 1억원 미만에 대해서만 기존 금리를 적용하고 초과액에 대해서는 연 0.1%로 대폭 낮아진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토스뱅크가 역마진 우려로 주춤한 사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은 수신금리를 연달아 인상하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 13일 정기예금 금리를 가입기간에 따라 0.5~0.6%p 인상했는데, 3년 이상의 경우 기존 1.6%가 아닌 2.2%의 금리가 적용된다. 자유적금 상품 금리 또한 0.3~0.45% 인상해 연 2.3~2.5%의 금리를 적용한다. 파킹통장 또한 기존 연 0.8%에서 1.0%로 금리가 상승했는데, 토스뱅크보다 금리는 낮지만 한도는 세 배(3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 또한 지난 8일 예적금 기본 금리를 인상했다. 정기예금은 0.2~0.4%p 인상해 3년 이상의 경우 기존 연 1.6%보다 0.4%p 오른 2.0%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자유적금 금리도 기존 연 1.6%에서 1.9%로 0.3%p 올랐으며, 우대금리를 포함하면 최대 연 2.1%의 금리가 적용된다. 토스뱅크가 출범한 지난 10월에는 파킹통장 한도도 기존 1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은 토스뱅크 출범에 따른 경쟁 심화와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가 오른 영향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수신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자칫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가계대출 한도가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황에서 굳이 예금을 유치해 재원을 마련할 필요도 크지 않다.

실제 시중은행의 경우 예대금리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이와 관련된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그제야 수신금리 인상에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인터넷은행의 수신금리 인상과 고객유치 경쟁이 내년 가계대출 규제 변화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설정한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약 4~5%로 올해(5~6%)보다 낮은 수준이다. 과도한 부동산 시장 거품과 금융시장 불안정을 해소하려는 의도지만, 은행으로서는 가계대출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인터넷은행에도 같은 목표가 적용된다면 역마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 4~6등급의 중저신용자 대상인 중금리대출의 경우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실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간담회’에서 “내년도 금융정책은 금융안정과 금융발전을 토대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면서, 포용금융을 확산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겠다”며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은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유지와 신용회복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대출에 대한 규제는 내년부터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 위원장 또한 이날 간담회에서 “내년 가계부채 총량한도에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명분 삼아 설립이 허용된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발표를 반길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중금리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대한 부담 없이 적극적인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신금리 인상으로 인한 역마진 우려보다는 중금리대출 시장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이 더욱 긴급한 상황이 된다.

다만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만 중금리대출 규제를 완화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중은행도 중금리 대출을 새로운 먹거리로 바라보고 있는 추세다.

실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지난 2일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소득층 고객에게는 한도가 열려 있어 성장 기회로 탐색해야 한다”며 “신용평가모형(CSS)을 정교화해 어떻게 고객군을 찾아내느냐가 은행 성과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중저신용자의 대출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CSS)을 갖추는 것은 중금리대출 확대의 선결 조건이다. 빅테크를 뿌리로 출범해 높은 IT 역량을 갖춘 인터넷은행이지만 CSS의 경우 아직 시중은행을 앞선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는 내년 중금리대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인터넷은행이 꼭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빅데이터에서 강점이 있는 인터넷은행이 수신금리 인상을 통해 마련한 재원과 CSS 고도화를 통해 내년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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