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제출자료 이정문 의원실 편집

[이코리아] 최근 5년간 국내 증권사들이 쏟아낸 투자의견 리포트 10건 중 9건은 ‘매수의견’인 반면, 매도리포트는 71건으로 전체 비중의 0.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지난 몇 년간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신뢰성 제고를 위해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병)이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증권사별 투자의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35개 국내 증권사에서 낸 증권리포트 9만9035건 중 90%에 해당하는 8만8928건이 ‘매수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의견 비중별 5년간 평균치를 보면 국내 증권사는 ▲매수의견 8만8928건(90.1%), ▲중립의견 1만36건 (9.9%), ▲매도의견 71건(0.07%)으로 ‘매수’ 쏠림현상이 심각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매수의견 3만1502건(71.9%), ▲중립의견 8313건 (18.7%), ▲매도의견 4101건(9.4%)으로 국내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균형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간 매도의견을 한 건이라도 낸 증권사 현황을 보면 국내 증권사는 전체 35곳 중 1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22곳(63%)의 국내 증권사는 아예 매도의견을 내지 않았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15곳(65%)에서 매도의견을 최소 한 건 이상씩 내며 국내 증권사의 ‘묻지마 매수’ 행태와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 투자리포트 관련사항을 검사하는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7년 9월 리서치 보고서 제도 개선책을 시행했다. 이후 2019년 2월에도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고 검수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리서치 보고서 제도 개선책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당시 "현행 제도운영상 발견된 오류 및 이행미흡 사항에 대해서는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에 전파하는 한편, 향후 리서치보고서 신뢰성 제고를 위해 증권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필요한 개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내부검수와 심의위원회 구성 및 불합리한 리서치 관행 신고센터 설치 등을 권고했지만 형식적인 제도운영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관계자 A씨는 16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일단 매도 리포트를 내면 기업에서 미팅을 잘 안 받아준다. 회사에서 정보를 받아야 리서치 리포트를 쓸 수 있는데 말이다. 또, 월급을 받는 애널리스트의 입장에서 회사의 운용에 방해가 되는 부정적인 리포트를 쓸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유(Hold) 의견은 정말 ‘보유’인 경우도 있지만 상승할만한 매수 여력이 안 보일 때 매도를 포함한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다. 그래서 보유의견의 경우 목표주가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관행을 국내 투자자들도 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리서치 리포트를 볼 때 애널리스트들의 긍정 바이어스를 감안해서 읽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증권사 분석가인 B씨는 “국내회사는 매도 비중 같은 특정 투자의견 비율 규정이 없다. 외사는 있다”면서 “회사마다 기준이 다른데, 우리 회사의 경우 20프로, 아무리 못 해도 최소 10프로는 매도 의견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업 분석 정보제공을 위해 독립적인 리서치 기관을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포함해 약 250여개 독립리서치가 운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50여개가 활동하고 있고 25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독립리서치도 있다.  

국내에도 과거 독립 리서치 기관 설립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반응이 좋지 못했다. 국내 실정상 독립적인 리서치 기관은 유지가 어렵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C씨는 “리서치는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니다. 서비스일 뿐이고, 돈은 증권사들이 매매를 통해 번다”면서 “독립 리서치 기관은 리서치를 돈을 받고 팔아야하는데 그걸 돈을 내고 살 투자가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계 증권사는 애널리스트와의 통화 시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문화가 몇 년 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는 증권사에서 요청하면 자료를 그냥 받을 수 있다”면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가치 있는 유료화 콘텐츠에 대한 업계의 인식 변화가 우선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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