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에서 ‘긴축’으로 변경한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다시 추가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이자 부담 증가와 경기회복 둔화가 우려된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14일 공개한 11월 25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금리를 0.75%에서 1.00%로 인상하는데 찬성했으며, 반대 의견은 1명에 불과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에 찬성한 위원들은 대부분 경기회복세는 견조한 반면 금융불균형과 물가상승 위험은 악화되고 있다며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최근 위험자산 투자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진정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높은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과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등을 감안할 때 금융불균형 상황의 가시적 개선은 요원하다”며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측면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추가적으로 축소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경기의 하방리스크는 제한적인데 반해, 병목현상 등에 따른 물가의 상방리스크는 매우 높아 보인다”며 “특히 금융불균형 누증에 따른 위험에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외적으로 적용된 완화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위원은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이례적 통화정책 완화조치는 경기 회복흐름에 맞춰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에 도움이 된다”며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이후 한국은행이 꾸준히 소통해 온 정상화 경로가 시장가격에 반영되어 왔으며 그런 기대와 다르게 움직일 이유가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가계·기업 이자부담 증가, 경기둔화 우려↑

반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6명 중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0.75%로 유지할 것을 주장한 주상영 위원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만한 요건이 부분적으로 조성되었다 하더라도, 지난 수개월 간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주 위원은 이어 “우리나라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은 주로 단기금리에 연동되어 있으므로 채무상환 부담과 자금조달 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실물경기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더하여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결합하는 금융·통화상의 강력한 긴축은 바람직한 정책 조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금리인상으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부담 증가폭이 상당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대 물가와 기준금리가 각각 1.3%p, 0.50%p 상승할 경우 약 1.03%p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 규모는 연 17.5조원, 연체액은 3.2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구당 약 149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기업의 부담도 적지 않다. 한경연에 따르면, 기대 물가와 기준금리가 각각 1.3%p, 0.50%p 오를 경우 기업 대출금리는 약 0.95%p 상승하며, 기업의 이자부담도 13.5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매출액 순이익률도 0.3%p 하락해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수록 소비와 투자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어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내기업은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상당한 가운데,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비용 마저 높아져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리인상 속도조절과 국제원자재 가격 안정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가계대출 증감 및 증가율. 자료=한국은행
가계대출 증감 및 증가율. 자료=한국은행

◇ 이주열,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 배제 안해”

다만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될 가능성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뚜렷하게 가계부채 및 부동산을 겨냥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최근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하자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차례의 금리인상의 파급효과가 분명히 확인된 만큼 한국은행도 긴축적 통화정책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유일하게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주상영 위원의 입장도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한다기보다는, 경기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좀 더 확인한 후 인상하자는 주장에 가깝다. 실제 주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내년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1.8% 정도를 기록할 전망이어서,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위험은 크지 않다”, “대면서비스업의 반등과 함께 고용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등의 근거를 들며 “지표상으로 통화정책의 진로 변경 여부를 고민할 만한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또한 지난달 25일 “내년 1분기 경제 상황에 달려 있겠지만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1월 금통위에 앞서 시장에 어떤 신호를 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