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1년 금융위원장 송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1년 금융위원장 송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공매도 전면 재개는 MSCI 선진지수 편입 등을 위해서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현재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허용되고 있는 공매도를 전 종목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위원장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부분 재개 조치는 시장에서 잘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추후 공매도 재개 방법, 시기 등은 앞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가 올해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부분 재개한 바 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코스피 4000? 

MSCI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작성하는 지수로, 세계 각국을 선진국과 신흥국, 프런티어 시장으로 구분한다. 이 중 MSCI 선진국 지수는 ▲경제 발전 수준 ▲증시 규모 ▲시장 접근성 등의 기준에 따라 선진국으로 분류된 국가의 증시에 상장된 종목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부터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해왔으나 아직까지 신흥국 지수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고 위원장이 공매도 전면 재개를 언급하면서 MSCI 선진국 지수를 언급한 이유는, 공매도 제한이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이 실패한 이유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비록 공매도 허용 여부가 선진국 지수의 기준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정성적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이 번번이 실패한 선진국 지수 편입에 성공하려면 공매도 확대는 필요한 조치라는 것.

만약 한국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된다면, 신흥국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소되고 상당한 규모의 해외 자금이 유입돼 증시 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면 약 18~61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한경연은 자금 유입으로 인해 코스피 주가지수 또한 최소 3418에서 최대 4035까지 오르고, 종합주가 변동성 또한 4.2~14.2%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공매도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준 중 하나일 뿐이다. MSCI가 한국을 선진 주식시장으로 분류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역외 외환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가 아닌 해외의 외환시장에서도 24시간 원화를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역외시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굳이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전면 재개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공매도를 제외한 다른 금융제도나 산업구조, 기업의 지배구조 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국 지수 편입만으로 높은 증시 부양 효과가 나타날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중 개인투자자 거래대금 비중.(단위:%, 빨간선부터 11월) 자료=한국거래소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중 개인투자자 거래대금 비중. 11월(빨간선)부터 개인투자자의 차입기간이 60일에서 90일로 연장됐다. 자료=한국거래소

◇ 기울어진 공매도 시장, 차입 기간 논의는?

고 위원장의 공매도 전면 재개 발언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공매도 시장을 개인과 외국인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관련 기사나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개하더라도 외국인과 개인의 공매도 조건을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11월부터는 개인의 공매도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 차입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고, 만기 후에도 대여 물량이 소진되지 않았다면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국인·기관과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도 사실상 차입 기간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의 이러한 조치를 오히려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 사이에는 정보력이나 자금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차입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외국인·기관에 대해서도 차입 기간에 제한을 둘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실제 지난 11월부터 개인투자자의 대여 주식 차입 기간이 연장됐지만,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의 비중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84.1억원으로 10월(85억원)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중 개인 거래대금의 비중도 1.9%로 동일하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차입 기간 연장)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재개와 같은 조치를 급하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당선자의 입장에 따라 공매도 재개 논의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매도를 폐지하면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갈 수 없다”며 공매도 폐지를 반대하고 있지만, 개인과 외국인·기관 간의 차입 기간 차별은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또한 공매도 폐지보다는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를 수정하는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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