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이코리아] 미국의 빅테크 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소위 '억만장자세'에 반발해 지난달 10여일에 걸쳐 테슬라 지분을 대규모 매각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야 나델라 CEO도 최근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델라 MS CEO가 지난주 약 3억달러(약 3525억원)에 해당하는 MS 지분 84만주를 팔았다고 보도했다. 

나델라는 지난 2014년 MS의 CEO로 취임했다. MS는 나델라 CEO의 취임 이후 약 780% 증가한 2조 5300억달러의 시가총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SEC에 제출된 MS의 최근 연례 주주 위임장 보고서에 따르면 나델라는 이번 회계 연도에 250만달러의 급여를 받았으며 주식 보상 및 현금 인센티브를 포함, 거의 5000만달러에 달하는 연간 보상 패키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델라는 지난 2년 동안에도 4000만달러 이상을 벌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에 따르면 나델라는 지난달 22일, 23일 양일에 걸쳐 MS 지분 83만8584주를 팔았다. 공시정보 제공회사 인사이더스코어에 따르면 이는 나델라의 단일 최대 주식 매각으로, 나델라는 현재 약 2억8000만달러의 가치가 있는 83만주 이상의 잔여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MS 대변인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델라가 개인 재무 계획과 다각화를 위해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델라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의 보유 지분은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가 정한 보유 요건을 크게 초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델라의 MS 지분 대거 매각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분석가들의 평가다. MS사가 위치한 미 워싱턴 주가 내년 초부터 연간 25만달러를 초과하는 장기 자본 이득에 대해 7%의 장기 양도차익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델라의 주식 매각은 최근 일론 머스크의 대규모 지분 매각과 결을 같이 한다.  머스크는 지난 달 6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주식 10%를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머스크는 그가 제시한 10%의 절반 정도인 92억달러어치에 해당하는 약 860만주를 매각했다. 이 때문에 테슬라 주가는 폭락했다. 하지만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 아닌 머스크의 스톡옵션 실행을 위한 자금 마련과 절세를 위한 지분 매각이 힘을 얻으며 테슬라 주가는 다시금 안정세로 돌아섰다.

머스크는 억만장자세에 대해 "모든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물려도 28조달러가 넘는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간 줄어들 뿐"이라며 "진짜 문제는 정부의 지출이다. 결국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 쓰고 나면 그들은 당신에게 손을 뻗칠 것"이라며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의 순자산은 3380억 달러(약 397조원)로 산정된다. 머스크의 경우 억만장자세가 도입되면 5년간 58조원을 내야 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추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세금을 줄이기 위한 빅테크 기업 경영진의 거액 지분 매각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사이더스코어의 벤 실버만 리서치 디렉터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델라의 대규모 주식 매각은 테슬라와 주식 매각과 비슷한 케이스”라고 전했다. 실버만은 “머스크는 테슬라의 주가 상승을 이용했다”면서 "세법변경을 앞두고 시장의 거품을 이용해 주식의 기세를 꺾지 않으면서 (지분 매각으로 절세하려는) 슈퍼부자들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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