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단지 일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단지 일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회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상향한 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공급가뭄에 시달리는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양도세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인 데다, 이번 조치로 부동산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된 만큼, 기대처럼 공급이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2008년 이후 13년간이나 비과세 기준이 동결된 데다,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지난달 12억원(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 기준)을 넘어선 만큼 필요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양도세 완화 조치로 부동산 시장의 공급가뭄이 해소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이번 조치가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다주택자의 세부담에는 변화가 없어, 신규 거래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 오히려 상향된 비과세 기준에 따라 주택가격이 12억원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까지 양도세 완화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자료=한국부동산원

하지만 과거 양도세 감면 시기의 지표를 보면 양도세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년 이상 보유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고 기본세율을 적용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매매수급지수(종합주택유형, 0~200 중 숫자가 낮을수록 공급 우위)은 114.6에서 99.4로 하락했으나, 전국 기준으로는 94.6에서 97.8로 오히려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매매가격지수도 서울의 경우 94.8에서 95.2로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전국 기준으로는 90.3에서 92.1로 올라 오히려 유예 직전까지 안정화됐던 주택가격이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또한 지난 9월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양도세의 한시적 감면 조치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건산연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이어진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감면 시기에는 소유권이전등기가 예년 대비 20%가량 늘어났으나, 2019년 12월~2020년 6월에는 7%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유예가 종료되고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자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건산연은 “양도소득세 강화 이전 한시감면을 통해 다주택자의 매도 증가에 따른 가격 안정을 꾀했으나, 시차를 두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나타나 양도소득세 중과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 했던 당정이 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하고 양도세 완화 조치를 도입했기 때문에, 주택 보유자들이 오히려 매물을 내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가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으니, 주택 보유자들이 향후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기대하면서 버티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양도세 완화 조치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보다는 대선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양도세 완화 조치에 대해 “조세부담강화로 부동산가격안정을 꾀했던 정부와 여당의 기존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잡기에 급급한 여당과 야당이 정치적 야합을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어 “‘1가구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상향하는 것은 그나마 유지해온 정부와 여당의 정책기조를 스스로 흔드는 것이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비과세 대상 주택과 아파트 등의 가격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기존 고가주택의 시장가격도 상승하는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또한 이날 성명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이 법안은 단순히 비과세 대상을 확대시키는 것을 넘어 고가주택 소유자일수록 세부담을 줄여주는 전형적인 ‘부자감세’ 법안”이라며 “입으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며 이러한 퇴행적인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거대 양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한편 정부도 다주택자까지 양도세 기준을 상향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2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조치는 정부에서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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