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등으로 미뤄졌던 LG화학의 배터리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절차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달 30일 “LG에너지솔루션 주권 상장예비심사 결과, 상장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2차전지 제조업체로 현재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지난 7월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 EV에 탑재된 배터리 화재 사고로 약 7만3000대 규모의 리콜이 진행되면서 상장 일정이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GM과 리콜 관련 합의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상장 일정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목표였던 연내 상장은 어려워졌으나 내년 1월 중에는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이어 세계 2차전지 시장 점유율 2위에 해당하는 업체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불려왔다. 올해도 3분기 누적 매출 13조4125억원, 순이익 8581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으며 공모주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을 반대해온 기존 LG화학 주주들에게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일정 재개 소식은 그리 달갑지 않다. 핵심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자회사의 상장이 모회사 주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화학이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할 당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은 매우 거셌다. 핵심 사업부인 배터리부문을 분할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았지만, 기존 주주들에게 아무런 실익이 없는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모회사는 물적분할 후 상장을 통해 신규 재원을 쉽게 마련할 수 있고, 신설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은 신설 자회사 신주인수권도 부여받지 못하는 데다, 모회사 디스카운트로 인한 주가 하락까지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회사 주가가 물적분할한 신설 자회사 상장으로 인해 하락하는 사례는 흔하다. SK이노베이션은 소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한 지난 5월 11일부터 3거래일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상장 전날인 10일 27만9000원이었던 주가가 13일 25만8000원으로 2만1000원(△7.5%)이나 떨어진 것. 한국조선해양 또한 현대중공업 상장 전날인 9월 16일 11만8500원이었던 주가가 다음날 10만5500원으로 11%나 하락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인해 LG화학의 주가에 지주사 할인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LG화학이 지난 7월 2분기 실적을 공개했을 당시 이베스트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지주사 할인율 30~40%를 적용해야 한다며 오히려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의 영향을 고려한다 해도 현재 LG화학 주가는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창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상승 및 주요 OEM들의 전기차 전환 로드맵 가속화로 생산캐파 및 실적 가이던스는 지속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며 “배터리 사업부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 및 지주사 할인을 고려한다 해도 성장성 대비 과도한 저평가 구간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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