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2936.44)보다 27.12포인트(0.92%) 내린 2909.32에 거래를 마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2936.44)보다 27.12포인트(0.92%) 내린 2909.32에 거래를 마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한풀 꺾이면서 증시가 주춤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늘어난 불확실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투자자들의 과도한 불안심리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29일 오미크론 공포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전 거래일(2936.44) 대비 27.12포인트(0.92%) 하락한 2909.32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는 74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특히 삼성전자(7462억원), SK하이닉스(6116억원) 등 반도체 대장주를 대거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체가 새로운 변이 출현에 따른 재봉쇄 및 경기회복 둔화를 우려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전날보다 2.23~2.53%가량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가 추수감사절 연휴로 1시간 일찍 마감하지 않았다면 낙폭이 더 컸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자산을 회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직 전염력이나 중중·치명률 등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한 데다, 기존 백신의 효능까지 의문시되는 만큼, 자칫 일상을 회복 중이던 전 세계가 재봉쇄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실제 골드만삭스는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할 경우 내년 1분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2.5%p 낮은 2%로 내려앉을 것이라 예상했다. 당장 오미크론이 가져올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는 만큼,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증권가도 오미크론이라는 악재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증시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 궁금증은 답을 얻기까지는 약 2주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부정확한 뉴스에 따라 등락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동제한 조치가 오미크론 위험성으로 장기화된다면 공급망 차질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경기사이클은 물론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욱 증폭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오미크론의 재감염성 여부를 파악하려면 2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가능성, 거리두기 정책의 강화 여부 등 확인이 필요하다”며 “향후 2주간 오미크론 관련 보도에 따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오미크론에 대한 증시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과거 델타 변이가 퍼지기 시작한 5~6월 당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단기 하락했으나 곧 반등해 조정 국면에 돌입한 바 있다. 실제 29일 뉴욕증시는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가 가라앉으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경기 측면에서도 지난 2분기와 3분기를 되돌아 보면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공급망 차질로 이어지면서 3분기 글로벌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경기 회복 사이클에 치명타를 미치지는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테이퍼링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 자료에서 “지난 주 후반 빠르게 부각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는 테이퍼링 가속화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시장에서는 연준의 테이퍼링과 관련해 당분간 신종 변이 관련 상황전개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장세의 종료를 뜻하는 연준의 테이퍼링 및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질 경우, 오미크론으로 인한 증시 하락세에 완충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이 섣부르게 예정된 테이퍼링 시점을 늦추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미크론이 가져올 변수에 대해 아직 명확한 판단을 하기 이른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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