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금융가인 월스트리트. (사진=픽사베이)

[이코리아]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AMD, 엔비디아, 애플 등 성장주를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들어 폭발적인 가격 상승을 누린 성장기업 주식에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밴다 리서치의 순매수 조사기관인 밴다트랙에 따르면 AMD, 엔비디아, 애플이 이달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AMD 5.26%, 엔비디아 2.92%, 애플 순으로 이달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와 테슬라가 11월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주식으로 조사됐다. 

지난 한 달간 AMD와 엔비디아는 각각 28% 이상 급등했고, 시총 세계 1, 2위를 다투는 애플도 8.1% 상승했다. S&P 500지수가 같은 기간 대비 2.1%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성장주는 일반적으로 미래에 평균보다 빠른 이익 성장률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으로, 주로 테크 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통상 성장주는 저금리 상황에 인기가 높다. 이에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 ‘제로금리’를 맞이하면서 성장주와 기술주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월가의 통념은 불거지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성장과 기술주에 부정적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소액 투자자들은 이러한 통념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다리서치의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인 비라지 파텔은 "지난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깨우친 교훈은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있어 IPO, 재정 부양 및 기타 미미한 사건들이 인플레이션 수치보다 훨씬 더 큰 원동력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사이의 전략 차이는 올해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특이한 역학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초부터 기업의 기본 가치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게임스톱과 허츠 같은 주식들을 상승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에 대해 “개인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전통적인 모멘텀 투자, 즉 단순히 상승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AMD와 엔비디아를 포함,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18개 주식은 평균적으로 지난 12개월 매출의 거의 13배에 거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S&P 500의 주식은 평균 매출의 3배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인플레이션은 성장주들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과 채권수익률 상승 전망을 불러와 성장주의 약속된 미래현금흐름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인플레이션 상승 시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다른 투자를 포함시켜 포트폴리오를 변경한다.

이달 미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2% 급등해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추세를 포착하는 펀드 흐름 추적기인 EPFR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11월 4일부터 17일까지 2주 동안 미국 기술주 중심의 뮤추얼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0억달러 이상을 인출했다. 지난 2019년 1월 이후 2주 단위로는 최다 유출이다.  

동시에 기관 투자자들은 소비재, 의료 및 유틸리티와 같은 보다 가치 지향적인 부문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산업이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며,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에 기관 투자자들은 보다 방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윈스럽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그레그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대형 기술주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있다. 대신, 합리적인 평가와 강력한 대차대조표를 가진 양질의 회사들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의 테이퍼링 선언과 미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미국 주식은 여전히 기록적인 수준이다. 또 채권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금 가격의 이전 상승세는 진정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조사에 응한 펀드매니저 중 61%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장주들이 여전히 주도주의 위치를 수성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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