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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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최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여부가 전 세계 중앙은행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CBDC는 기존에 종이, 주화로 만들던 법화를 디지털 화폐로 바꿔 발행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CBDC를 주제로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를 화상으로 진행했다. 한은은 올해 8월부터 CBDC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중반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법적, 기술적 쟁점이 해결돼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법적 개입을 하지 않고 위탁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경영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 발표에서 "중앙은행이 거래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앙은행이 법적 개입하지 않는 발행 방식(위탁 방식)을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화폐와 동일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매형 CBDC로 발행되는 것이 유의미하며 화폐와 동일한 지위와 영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CBDC에 법화성까지 부여하면 법적 불화나 법률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 불확실성 비용을 덜어준다”면서도 “고령층 등 디지털인지능력이 부족한 사람 등 누구나 법화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BDC에 법화성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한은의 채무이므로 불확실성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 교수의 견해다. 오히려 새로운 화폐의 사용에 대한 편의성, 안정성 신뢰에 사회적 비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교수는 “CBDC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CBDC 계좌개설계약과 전자지갑 이용계약이 요구된다”면서 “기본계약의 당사자의 일방은 이용자가 되지만 상대방은 중앙은행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고 금융기관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CBDC는 그 제조 과정상 위조·변조 방지는 물론 거래 과정에서 당사자의 진정성, 거래지시의 진정성·무결성·부인방지, 시스템 관련 거래지시의 오집행 방지 등이 방지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정 교수는 “제조과정과 시스템 상의 보안문제는 기술적 문제로 생각되지만 거래과정상 진정성 등의 확보를 위한 보안은 무권한 거래에 대한 책임과 관련되어 법률적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권한거래에 관해서는 전자금융업자와 예외적 이용자의 손해배상책임 부담이 있을 것으로 봤다. 정 교수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 이용거래에서 무권한거래 발생 시 중앙은행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처리과정에 오류가 있으면 중앙은행의 책임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앙은행이 거래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므로 중앙은행이 법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발행방식인 혼합형·간접형 CBDC 위탁방식을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8월에 착수한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 결과는 내년 6월에 나올 예정이다. 

배준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CBDC 모의실험을 내년 6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부총재보는 CBDC 도입에 대해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 국가들 중에서도 우리가 참고할만한 선진국의 사례가 없다"면서 "CBDC의 실제 도입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CBDC 도입이 결정되는 시점에 차질없이 발행에 나설 수 있도록 기술적 토대 구축 및 제반 준비 업무를 철저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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